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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 인수로 레거시 미디어 설 땅 잃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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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 인수로 레거시 미디어 설 땅 잃어가나

빅 테크, 메타버스 시장 진출 본격화…디즈니 컴캐스트 등 경쟁에서 밀려

마이크로소프트(MS)가 18일(현지시간)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에 현금으로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로소프트(MS)가 18일(현지시간)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에 현금으로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MS)가 18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1조 9,000억 원)에 현금을 주고 일괄적으로 매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빅테크가 막강한 자본력으로 컴캐스트(Comcast), 디즈니와 같은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를 위협하는 또 한 번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레거시 미디어는 현재까지 여전히 사용되고 있지만, 과거에 출시됐거나 개발된 전통 미디어를 뜻한다. 컴캐스트는 NBC유니버설을 소유하고 있다.

MS는 블리자드 주식을 주당 95달러에 전액 현금 매입하면서 인수 발표 직전 블리자드 주가보다 거의 45%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이는 MS의 46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이다. MS는 블리자드를 자회사로 거느리면서 게임 시장과 메타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면 중국의 텐센트, 일본의 소니 그룹에 이어 세계 3위 게임 기업이 될 것이라고 MS가 밝혔다.

그렇지만,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정부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과정을 남겨 놓고 있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최근 들어 빅테크의 독과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 의회도 애플, 아마존, 알파벳 등 빅테크의 과잉 시장 지배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폐해 등을 조사하는 청문회를 연쇄적으로 개최하면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입법을 모색하고 있다.

미 정부의 승인을 거쳐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레거시 미디어는 다시 한번 변신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CNBC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메타(옛 페이스북), 로블록스 등 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가 지배하는 미래의 세계에서 게임 산업을 확대하려 하지만, 기존 레거시 미디어는 스트리밍 사용자 확보전이나 계속하면서 극히 제한적으로 오락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이 방송이 지적했다.

빅 테크와 레거시 미디어는 이제 자본력에서 커다란 차이가 난다.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시장 가치는 2,000~3,000억 달러 수준이다.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MS의 시가총액은 2조 3,000억 달러에 이른다.

MS는 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레거시 미디어가 따라갈 수 없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블리자드의 주가는 2012~2013년에는 불과 10달러 수준이었고, 2년 전까지 42달러가량에 그쳤다. 비디오 게임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레거시 미디어는 갈수록 왜소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을 잠식하는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의 최강자 중 하나이다. 넷플릭스도 지난해부터 비디오 게임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컴캐스트와 디즈니는 게임 분야에서 대체로 손을 뗐다. 컴캐스트는 비디오 게임을 자사의 잠재적인 주력 비즈니스로 여기지 않으며 디즈니도 2016년 게임 분야에서 손을 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박스를 출시하는 등 지난 20여 년 이상 게임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MS는 특히 메타버스 세계에서 비디오 게임 시장을 노린다. 이번에 인수한 블리자드는 '콜 오브 듀티', '캔디 크러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인기 게임을 출시해왔고, 전 세계에 4억 명에 육박하는 게이머를 보유하고 있다. MS는 기존의 X박스 부문을 통한 가상현실(VR) 서비스를 확충할 계획이다. MS는 최근 메타로 사명을 바꾼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서비스와 본격적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게임 오늘날 모든 플랫폼에 걸쳐 가장 역동적이고 신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이것이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앞으로 모바일, PC, 콘솔, 클라우드에 걸쳐 게임 사업을 확대해 메타버스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