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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26)] 자기를 버린 라오스에서 끝까지 사랑 베푸는 영화 '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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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26)] 자기를 버린 라오스에서 끝까지 사랑 베푸는 영화 '리버'

영화 '리버'.
영화 '리버'.
형사가 범인을 쫒는 류의 영화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 관객들은 형사의 시점에서 범죄자의 만행에 격분하며 일체감을 느낀다. 목숨을 걸고 범인을 추적하는 그가 우여곡절 끝에 범인을 체포할 때는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범죄자의 시점에서 관객들은 안전한 곳에 앉아서 악당들의 곤궁함과 불안함을 통쾌한 마음으로 보면서 권선징악적인 결과를 즐기기도 한다.
영화 '리버'는 추적당하는 자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악당이 아니라는 설정이 독특하다. 악당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선한 봉사활동을 하는 의사다.

라오스에서 의료봉사 활동하던 주인공은 힘든 일상을 떠나 병원에서 떨어진 지역으로 휴가를 떠난다. 다들 바쁜 와중에도 병원에서 일하는 현지인 직원은 그를 터미널까지 태워주는 호의를 베풀어준다.

라오스의 시골스러워 보이지만 멋진 풍광들을 볼 수가 있고 가급적 병원으로부터 멀리 간 처음 가는 휴양지에서는 친절한 경찰이 길안내를 해준다. 그리고 휴양지 숙박업소는 결제를 후불로 받아도 된다는 넉넉한 인심을 보여준다.

조용한 자연과 친절한 호의들 속에서 느긋하게 바에서 한잔하려고 나온 주인공은 다른 한곳을 차지한 일행들이 눈에 거슬린다. 아마도 외지에서 온 관광객인 서양남자 2명이 현지 라오스 여성 2명과 합석하여 시끄럽게 떠들고 마시며 분위기를 혼탁하게 한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데 바 주인이 남자들이 영국에서 온 것 같다고 한다. 그들의 상대 여자들은 자주 본 여자들 같다며 크게 개의치 않고 휴양지에서의 한가함을 즐긴다.

하지만 숙소로 가는 중에 그는 바에서 본 남녀들이 심하게 싸우고 여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한다. 의사로서 다친 사람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다가가지만 영국 남성의 공격으로 어쩔 수 없이 맞붙게 된다. 취한 상태에서 격분한 그는 남자를 사정없이 두들겨 팼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숨이 멎은 것을 알게 된다.
너무나 당황한 그는 시체를 강에 버린다. 정신없이 숙소에 와서 우선 벗어나야 하겠다는 생각에 병원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챙기다 보니 자신의 지갑과 신분증을 살인현장에 두고온 것을 발견한다.

여기서부터 범인의 시점으로 관객들에게 졸깃한 추격당하는 자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친절해 보이던 라오스 휴양지 시골 경찰들은 갑자기 매의 눈을 가진 샤프한 경찰로 바뀌고 민첩하게 도로를 봉쇄한다.

남은 뱃길도 순찰을 강화하고 숙박지의 후덕한 여주인은 주인공이 숙박비 결제 없이 달아났다고 신속히 신고한다. 운 좋게 정박해 있던 작은 낚시배 주인을 설득해서 배에 납작 엎드린 채 몸을 숨겨서 강을 이용하여 병원으로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긴박한 상황 전개방식이나 라오스 현지인 역할의 연기자들의 표정연기 등 디테일하게 표현하여 절박함을 구현해냈다. 더구나 병원 있는 곳으로 돌아온 후 더욱 본격적인 반전을 보여준다.

가장 믿었던 여자 동료의사는 이미 뉴스에서 그가 살인으로 지명수배 된 것을 알고 그가 돌아오면 병원 전체가 곤란해진다며 피해버린다. 운 좋게 처음 휴양지에 올 때 친절을 베풀어준 직원을 만났는데 그가 흔쾌히 도와준다고 했으나 다른 반전을 선사한다.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의 아들을 대신해 마약운반을 시키기 위하여 도와준 것이고 거절하면 신고한다고 협박까지 한다. 자국대사관에서는 그를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해줄 수 있다고 생색을 내고 오히려 외교적 마찰을 걱정하는 듯한 상황도 목격한다.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 그는 대사관을 도망치듯 떠난다. 라오스에서 자신이 해온 선행과는 다르게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다. 라오스 경찰의 아슬아슬한 추격을 피해 강을 헤엄쳐서 태국으로 건너가고 그 과정에서 지인의 배신으로 마약 운반범으로 오해받을까봐 강에다 버리고 국경수비대에 체포되는 수난을 겪게 된다. 결국 태국경찰에 인도된 그는 현지 대사관의 도움도 제대로 못받고 감옥생활을 한다.

범죄자 인도협약에 의하여 라오스로 다시 잡혀가서 재판을 받을 위기에 처한 그는 어찌된 일인지 무죄로 풀려나고 본국으로 추방된다. 알고 보니 현지 여인의 증언으로 살인범이 아닌 것으로 판정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이다.

정말로 운 좋게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공항가는 길에 태국 관리의 눈을 피해 다시 달아난다. 라오스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정말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나라라고 생각할만한 상황에서도 사랑을 베풀겠다는 신념으로 다시 돌아가는 주인공을 조명한다.

엠비씨그룹 김흥도 감독은 이러한 점에서 범죄추적영화 장르인 것 같지만 진정한 인간애를 찾을 수 있는 좋은 메시지의 영화라고 평가한다. 새해에도 좋은 작품을 추천하고자 다짐하며 독자 여러분들의 신년대운을 기원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