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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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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3가지 이유

닌텐도 제치고 게임계 3위로…소니·텐센트 '맹추격'
'메타버스' 핵심 요소 콘텐츠·크리에이터 분야 강화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애플·구글 상대 위한 포석?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진=마이크로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형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품 안에 들이며 게임계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이번 인수에 들어간 자금은 687억(82조원) 달러로 알려졌다. MS가 이번 인수 이전에 진행한 가장 큰 투자는 2016년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링크드인'을 262억 달러(31조 원)에 인수한 것이었으며, 6년만에 2배가 넘는 '웃돈'을 주고 게임사를 사들인 것이다.
인수 계약은 2023 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대표는 현재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나,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틱 대표는 인수 계약이 마무리되는대로 대표 자리를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내 성추문 문제로 진통을 겪어왔다. 이에 관해 한 업계 관계자는 "MS 입장에선 오히려 인수를 위한 최적의 상황으로 여겨졌을 것"이라며 "액티비전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좋지 않던 분위기를 쇄신할 '구원 투수'가 나타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계약을 발표하던 과정에서 MS는 필 스펜서 엑스박스(Xbox) 게임 스튜디오 대표의 소속을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이라고 표현했으며, 액티비전 블리자드 또한 MS게이밍 자회사로 편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내 스튜디오 형태로 운영하던 게임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일각에선 인수 계약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독점 방지 정책에 의해 차단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게임 매체 폴리곤은 "FTC는 지난 2019년 디즈니 컴퍼니가 '21세기 폭스'를 713억달러에 인수했던 것을 문제삼지 않았다"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관대한 편인 만큼 이번 합병 역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게임 행사 E3에서 나란히 부스를 연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게임 행사 E3에서 나란히 부스를 연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사진=로이터

◆ 게임업계 '라이벌' 텐센트·소니 견제 위한 포석

MS는 자사가 이번 인수가 마무리된 후 소니와 텐센트의 뒤를 잇는 글로벌 3대 게임사로 거듭난다고 발표했다. 앞서 소니·텐센트와 더불어 3대 게임사로 꼽혔던 것은 일본의 닌텐도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ATE(All Top Everything)가 발표한 2020년 기준 게임사 매출 순위에 따르면 소니가 250억달러로 1위, 텐센트가 139억달러로 2위, 닌텐도가 121억달러로 3위에 올랐다. MS는 116억달러로 4위,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81억달러로 5위를 차지해 두 업체의 매출 합은 197억달러로 추산된다.
영국 매체 BBC는 "콘솔기기 시장에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5'가 'Xbox X·S를 누르며 주도권을 쥐는 듯 했으나, 해가 바뀌자마자 MS가 대형 인수로 반격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PS5는 약 1340만 대, Xbox X·S는 약 900만대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소니의 주가는 18일 종가 기준 1만4230엔에서 19일 1만2410엔으로 마무리, 장중 12.8% 가량 급락했다.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텐센트 입장에서도 크게 경계될만한 소식이다. 블리자드가 보유한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는 중국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 당장 내수 시장에서 경쟁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자회사 'MLG(메이저 리그 게이밍)', 블리자드 '오버워치' 등을 바탕으로 이스포츠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라이엇 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을 앞세운 텐센트는 잇다른 정부 규제로 흔들리고 있어 주도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메타버스 핵심 '3C'…콘텐츠·크리에이터 분야 강화
사티아 나델라 MS 대표는 이번 인수 배경에 대해 "게임은 MS의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분야"라며 "MS는 이용자와 제작자 모두가 안전하고 폭넓은 재미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게임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MS의 메타버스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로 클라우드·콘텐츠·크리에이터 등 '3C'를 꼽으며 "애저, Xbox 게임 패스 등으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완비된 가운데 이번 인수로 콘텐츠 분야를 확실히 보강했다"고 평가했다.

스마일게이트·넷마블서 게임 기획자로 근무했던 유튜버 김성회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IP의 콘텐츠는 PC 게임·모바일 게임·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다"며 "다양한 기종을 아우르는 것을 노리는 MS 입장에선 더욱 매력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3C 중 크리에이터가 의미하는 것은 제작자로, 이는 단순한 개발자를 넘어 다양한 이용자들이 개발자 역할을 함께하는 '프로슈머'의 형태를 의미한다. MS는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 스튜디오를 2014년 인수했으며, 여러차례 '게임 개발 민주화'를 강조해왔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MS가 추구하는 크리에이터 환경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블리자드 대표작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시리즈 등은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지도 편집기' 기능이 포함돼 이용자들 사이에 자체 제작 지도 '유즈맵'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돼있다.

라이엇게임즈 대표작 'LOL' 등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는 워크래프트 유즈맵 '도타' 등에 근원을 둔 게임 장르다. MOBA 외에도 '타워 디펜스', '오토 체스' 등도 유즈맵에 기원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자회사 '킹' 사내 전경. 사진=킹이미지 확대보기
액티비전 블리자드 자회사 '킹' 사내 전경. 사진=킹
'캔디 크러쉬 사가' 킹 앞세워 모바일 시장 개척
업계 일각에선 이번 인수에 있어 액티비전 블리자드 본사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외에도 모바일 게임사 '킹'에 주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의 '애니팡'으로 불리는 '캔디 크러쉬 사가' 시리즈 등을 개발한 킹은 2015년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59억 달러에 인수됐다.

모바일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캔디 크러쉬 사가'는 지난해 연매출 12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킹은 지난해 8월 기준 글로벌 퍼즐 게임 시장 매출 점유율 31%를 확보, 플레이릭스(22%)나 징가(16.7%)를 누르고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이유로 크게 '덩치 키우기', '메타버스 분야 강화'와 더불어 '모바일 게임 시장 개척'을 꼽으며 "MS의 거대해질 규모는 구글·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 정책에 맞서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에픽게임즈와 인앱 결제 수수료 문제로 2020년 8월부터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에픽 측은 '로블록스'의 현금 환급 가능한 게임 재화 '로벅스'를 통해 콘텐츠를 구매하는 것은 인앱 수수료 정책을 우회하는 것으로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애플 측은 "로블록스는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라고 반론을 제기했고, 비슷한 시기 로블록스는 플랫폼 내의 '게임'이란 표현을 '경험(Experience)'으로, '플레이어'를 '사람(People)'로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나 배스(Dina Bass) 블룸버그 기자는 "다른 게임사들도 그렇듯, MS는 앱스토어 수수료 정책에 반감을 품고 있다"며 "자사 모바일 게임 플랫폼 이용자가 앱스토어 측에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기를 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