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암호화폐 채굴·거래소 금지 제안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영토 내에서 암호화폐 사용과 채굴을 금지할 것을 제안했다.

로이터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융 안정, 시민의 안녕, 그리고 통화 정책 주권에 대한 위협을 언급하며 러시아 영토에서 암호화폐 사용과 채굴을 금지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이번 조치는 아시아에서 미국에 이르는 각국 정부가 민간이 운용하고 변동성이 큰 디지털 화폐가 금융 및 통화 시스템에 대한 통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함에 따라 글로벌 암호화폐 단속 중 가장 최근의 움직임이다.

러시아는 암호화폐가 자금 세탁이나 테러 자금 조달에 사용될 수 있다며 수년째 반대 주장을 펴왔다. 2020년 법적 지위를 부여했지만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투기 수요가 주로 암호화폐의 급속한 성장을 결정짓고 금융 피라미드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시장의 잠재적 거품을 경고하며 금융 안정성과 시민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또 금융기관이 암호화폐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제안하고, 법정 통화용 암호화폐를 사거나 팔기 위한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안된 금지 조치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포함된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로이터통신에 "규제당국과 협력할 것"이라며 이번 보고서 공개로 러시아 암호화폐 이용자들의 이익 보호에 대한 중앙은행과 대화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엘리자베타 다닐로바 중앙은행 금융안정부장은 "암호화폐 소유에 대한 규제는 예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활발한 암호화폐 사용자인 러시아인들의 연간 거래액은 약 50억 달러(약 6조 원)라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등록된 국가의 규제당국과 협력해 러시아 거래소의 운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 암호화폐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을 지적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9월 모든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전면 금지하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을 비롯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련주를 압박하는 등 암호화폐 단속을 강화했다.

다닐로바는 "현재로서는 중국의 경험과 유사한 암호화폐를 금지할 계획이 없다"며 "우리가 제안한 접근법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회사인 솔리즈 그룹의 재무전략 책임자인 조셉 에드워즈는 러시아 밖에서는 아무도 이 일로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며 이 보고서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

에드워즈는 "러시아는 베이징과 마찬가지로 항상 '암호금지법'에 대해 소란을 피우고 있다"며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산업계의 어떤 측면에서도 기둥이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카자흐스탄에 이어 세계 3위의 비트코인 채굴 강국이지만 이달 초 불안에 따른 규제 강화 우려로 광부 이탈이 우려된다.

러시아은행은 암호화폐 채굴이 에너지 소비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들은 복잡한 수학적 퍼즐을 풀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른 컴퓨터들과 경쟁하는 강력한 컴퓨터들에 의해 '채굴(마이닝, mining)'된다. 그 과정은 전기를 빨아들이고 종종 화석 연료에 의해 작동된다.

은행 측은 "러시아에서 암호화폐 채굴 금지를 도입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러시아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가 사용하는 컴퓨팅 파워의 양을 나타내는 전 세계 '해시레이트'의 11.2%를 차지해 미국, 카자흐스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시베리아에서 비트코인 채굴기를 호스팅하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모스크바 소재 비트리버는 각 부처가 제안을 논의하면 균형 잡힌 입장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며 완전한 암호화폐 금지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체 디지털 루블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은 암호화폐 자산이 널리 보급되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한 등 통화정책의 주권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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