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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명문 MBA 와튼스쿨 '국제적 조롱거리'…"딴 세상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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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명문 MBA 와튼스쿨 '국제적 조롱거리'…"딴 세상 사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사진=로이터

미국의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최근 발표한 순위에서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에 이어 미국 최고의 MBA 과정으로 꼽힌 와튼스쿨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이 미국 사회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 학교의 한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최고 고등교육 기관에 다니는 학생들의 상식을 의심하게 하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의 경제계를 이끌기 위해 경영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로부터 나온 ‘놀라운’ 답변을 두고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로 역풍이 거세다.

◇‘다른 세상 사람이냐’ 비판 거세


니나 스트로밍거 교수가 문제의 설문조사에 대해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사진=트위터
니나 스트로밍거 교수가 문제의 설문조사에 대해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사진=트위터


문제의 설문조사를 진행한 사람은 와튼 스쿨에서 기업 및 경영윤리를 가르치는 니나 스트로밍거 교수.

스트로밍거 교수는 지난 2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와튼 스쿨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근로자의 연 평균 소득이 어느 정도일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답변이 나와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응답자의 25%로부터 “적어도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는 넘을 것 같다”는 답변이 나왔다는 것. 스트로밍거 교수는 “어떤 학생은 80만달러(약 9억5000만원)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면서 “이같은 답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혀를 찼다.
CNN에 따르면 스트로밍거 교수의 트윗에 수천개의 댓글이 폭주하는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문제의 답변을 내놓은 학생들을 상대로 폭풍 수준의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그토록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를 명문 MBA 과정에 다니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느냐는 것.

법률가이자 작가이면서 CNN에서 뉴스 진행을 맡고 있는 마이클 스머코니시는 “미래의 경제정책을 책임지게 학생들이 미국 보통 근로자의 소득 수준에 이처럼 어둡다는 것은 미국 사회에 불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개탄했다.

◇美 근로자 평균 연봉 6400만원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전경. 사진=링크드인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전경. 사진=링크드인


그러나 와튼 스쿨 학생들의 높은 눈과는 크게 다르게 미국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에도 못미친다.

미 연방 사회보장국(SS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의 평균 연소득은 5만3383달러(약 640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소득이 아니라 중위소독으로 따지면 금액은 더 내려가 3만4612달러(약 41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 노동부 집계를 따를 경우에도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의 평균 연봉은 5만2520달러(약 630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안이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대체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MBA 과정에까지 이른 학생들 전반에서 이같은 인식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트로밍거 교수는 “와튼 스쿨에 다니는 학생들만 이렇게 세상물정을 모를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부유층과 서민의 소득격차가 엄청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얼마나 만연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와튼 스쿨의 1년 등록금은 10만달러를 웃돈다”며 고소득층의 자녀가 아니면 입학이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많은 돈을 내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체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와튼스쿨 재학생의 가정 환경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선정한 ‘2022년도 최고 경영대학원’ 순위. 사진=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이미지 확대보기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선정한 ‘2022년도 최고 경영대학원’ 순위. 사진=US뉴스앤드월드리포트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한 내용은 와튼 스쿨 학생들이 왜 그런 답변을 내놨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NYT가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와튼 스쿨 재학생을 둔 미국 가구의 연소득은 평균 19만5500달러(약 2억3400만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또 와튼 스쿨 재학생의 19% 가량이 미국 최상위 1%에 속하는 초부유층 가정 출신인 반면, 하위 20%에 속하는 서민 가정 출신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와튼 스쿨 재학생의 25%가 미국 근로자의 평균 연봉을 10만달러 정도로 예상한 것과 와튼 스쿨 학생 가운데 19%가 미국 최고 부자에 속한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