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조사를 하지만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사고의 이유를 밝히는 것은 더 어렵다. 정부의 최종 결과를 발표할 때도 가능성에 대한 사례를 나열할 뿐 그것이 원인이라고 단정 짓지 못하는 이유다.
당시 사고 조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보고서에 적지 못했지만, 정황상으로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에는 한 회사, 또는 한 업종에서 20년, 30년 장기근속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 베이비부머 직원들이 한꺼번에 정년을 맞아 직장을 떠났다. 그러면서 사고가 났다. 안전한 조업에 익숙했던 이들의 자리를 경험이 짧은 젊은 직원들이 맡았다. 이들은 선배들과 달리 체계적으로 안전 교육을 받았고, 매뉴얼도 읽고, 장비 등을 꼼꼼히 착용한다고 했다.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이들은 틀에 정해진 데로만 움직이다보니 틀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사업장 안 길 위에 떨어진 못 하나가 중대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과거의 이들은 몸으로 느끼지만, 지금은 매뉴얼에 적혀 있지 않으면 지나쳐버린다. 일하는 분들이 잘 못 됐다는 게 아니라, 작은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거다.”
기술과 기능, 안전은 책으로 배울 수 없고, 현장에서 선배들로부터 입으로 전수받는 지식을 무시할 수 없다. 다수를 차지했던 선배 직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이러한 노하우가 단절되면서 사고 발생 비율이 높아졌다는 가설을 세워 봤단다.
10년 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때 직원들이 어느덧 사업장 환경에 익숙해하는 선임 사원으로, 후임 직원을 지도하고 관리하고 있다. 경험이 높아졌으니 사업장이 안정화됐을 것이라고 봤지만, 사고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 직원은 색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사업장이 워낙 넓다보니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많다.
이 또한 객관적인 증거를 댈 수 없는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삶이 기반이 흔들리는데 안전을 외쳐봐야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어 기업 책임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사고를 막긴 어려워 보인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