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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무부 "반도체 재고 5일치 미만…공급 교란 땐 공장 문 닫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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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무부 "반도체 재고 5일치 미만…공급 교란 땐 공장 문 닫을 수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함 150개 이상 기업 대상 실태 조사 후 결과 발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CNN이미지 확대보기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CNN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가 올해 하반기까지 계속되고,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과 가전업계를 비롯한 미국의 산업계가 이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미국 상무부가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상무부는 이날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구매하는 150개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미국이 현재 ‘놀랄만한’(alarming) 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상무부 조사 대상 기업에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포함됐다.

미 상무부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의 생산량이 최대치에 근접하고 있으나 자동차, 전자제품, 의료 기기 등에 필요한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정부가 그동안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나 여전히 반도체 공급망이 취약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상무부가 밝혔다.
상무부는 지난해 반도체 칩 평균 수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 대유행 이전인 2019년보다 17% 더 많았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 칩 평균 재고량이 2019년 40일 치에서 지난해에는 5일 치 미만으로 떨어졌고, 핵심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의 재고량은 이보다 훨씬 더 적다고 상무부가 밝혔다.

미 상무부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생산 기업의 공장 가동률이 90%가량이어서 당장 생산 능력을 올릴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5세대(5G) 이동 통신망, 전기차 등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상무부가 설명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자동차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등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지적했다. 미국의 현재의 반도체 붐이 오는 2025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미국 언론이 분석했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제조 시설이 2∼3주 문을 닫는 해외 교란 요인이 발생하면 미국 내 제조 시설을 가동할 수 없어 노동자들을 일시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상무부가 밝혔다.

미 상무부는 일부 반도체 칩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어 그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해당 품목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다만 의료 기기와 자동차에 사용되는 칩, 전력 관리와 이미지 센서, 무선주파수 등에 사용되는 아날로그 칩 부족 사태가 특별히 더 심각하다고 상무부가 강조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보고서 발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대만의 반도체 생산업체 TSMC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TSMC가 미국에서 반도체를 설계한 뒤 아시아에서 생산할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지적했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 수급난 타개를 위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안이 신속하게 의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지원법안은 지난 6월 미 상원에서 통과됐으나 아직 하원에 계류 중이다.

미국은 휘발유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의 자동차를 대체할 전기차 생산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판매되는 신차 중 절반을 전기차와 배터리식 전기차 또는 연료전지 전기차를 포함해 배출가스가 제로인 자동차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2,000여 종에 달해 기존 자동차의 2배가량이 공급돼야 한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에는 37%에 달했으나 지난해에 12%로 떨어졌다.

인텔은 지난 21일 미국 오하이오주(州)에 있는 1,000에이커 부지에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투입해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인텔은 이 시설을 올해 말 착공오는 2025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인텔 측은 해당 부지가 총 8개의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향후 10년 동안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2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인텔은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파운드리 2개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2025년부터 적용할 1.8나노 공정을 위해 경쟁사인 TSMC와 삼성전자보다 앞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도 체결했다. 인텔은 이번 200억 달러 규모의 공장 설립으로 파운드리 생산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의 국내외 기업의 자국 투자유치 정책에 따라 세금 감면·반도체 투자 보조금 혜택 등 총 4조8,000억 원 지원을 약속받고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새로운 칩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 역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약속받고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의 칩 공장 건설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2.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2위인 삼성전자 17.3%로 뒤를 쫓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