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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올해도 韓 콘텐츠로 세계 흔든다…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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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올해도 韓 콘텐츠로 세계 흔든다…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학교 배경 웰메이드 좀비 스릴러…'오징어 게임' 열풍 이어갈 듯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지난해 9월 ‘오징어 게임’으로 대박을 터트린 이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오징어 게임’ 이후 공개된 ‘마이네임’이나 ‘지옥’, ‘고요의 바다’ 등 한국 콘텐츠들은 모두 글로벌 순위 TOP10 안에 오르며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올해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25편을 공개한다. 이는 지난해 대비 10편이 많아진 수준이다. 넷플릭스 내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위상이 달라진 만큼 올해 공개되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글로벌 팬들의 기대가 크다.
넷플릭스는 28일 올해 첫 오리지널 콘텐츠인 ‘지금 우리 학교는’을 공개한다. 넷플릭스는 전편 공개를 앞두고 최근 미디어를 대상으로 3화까지 온라인 사전시사를 진행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주동근 작가가 2009년에 그린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10여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인 만큼 실사화 제작 소식과 함께 그 시절 중·고등학생들의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게 되고 살아남은 학생들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좀비 바이러스의 원인이 된 사람이 과학선생 이병찬(김병철)이고 학교폭력으로 죽임을 당한 아들이 그 이유라는 점은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지만 2009년 웹툰의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1화 중반까지는 인물과 관계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청산(윤찬영)과 남온조(박지후)는 오래된 친구 사이다. 청산은 온조에게 친구 이상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온조는 같은 반 친구 이수혁(로몬)을 좋아한다. 수혁과 청산은 반에서 제일 친한 친구다. 수혁은 같은 반 반장인 최남라(조이현)를 좋아한다.

우선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이들 4명이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윤귀남(유인수), 장하리(하승리), 박미진(이은샘), 한경수(함성민), 이나연(이유미) 등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가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시청자는 초반에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원작 웹툰도 가지고 있는 특징인 만큼 이후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3화까지는 청산과 온조의 같은 반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원작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장하리나 윤귀남의 이야기는 이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끝나면 본격적인 좀비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좀비를 표현하는 방식은 역대 넷플릭스 좀비 콘텐츠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특히 1화 마지막 장면에서 2화 첫 장면으로 이어지는 학생식당 장면은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잘 찍었다.

좀비와 학생들이 뒤엉키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롱테이크로 촬영하면서 인물들의 연기도 그대로 이어간다. 철저한 계산으로 만들어진 이 장면은 3화까지 본 장면 중 최고 명장면이다.

이 밖에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한국 좀비 콘텐츠 중에서도 높은 수위를 자랑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넷플릭스 ‘킹덤’과 비교해도 잔인함의 수위가 상당한 수준이니 시청하는데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관전 포인트는 신예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일이다. 인물들이 다양한 만큼 이 드라마는 20대 한국 배우들에 대한 글로벌 쇼케이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 ‘벌새’로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을 받은 박지후와 아역배우로 시작해 영화 ‘당신의 부탁’, ‘젊은이의 양지’로 깊은 감정연기를 보여준 윤찬영, ‘슬기로운 의사생활’, ‘학교 2021’로 스타덤에 오른 조이현, 아역배우 출신 신예 로몬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오징어 게임’으로 큰 주목을 받은 이유미는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다시 글로벌 무대의 문을 두드린다.

또 영화 ‘기생충’의 피자집 직원으로 눈길을 끈 정이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안승균과 안지호도 독립영화와 대학로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며 이들 외에도 주목할만한 신예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김병철, 이규형, 전배수, 윤병희, 조달환, 배해선 등 중견 배우들의 지원도 인상적이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총 12부작에 회당 1시간 내외 분량으로 그동안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중 분량이 꽤 긴 편이다. 방대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가볍게 콘텐츠를 즐기려는 구독자에게 1화 중반까지는 다소 지루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1화 후반에 본격적으로 좀비가 등장하면 좀비영화 팬들은 환호를 지르며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대단히 한국적으로 만들어진 웰메이드 좀비 드라마다. 이 말은 다시 한 번 글로벌 무대를 뒤흔들 준비가 된 작품이라는 의미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