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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공포에 '하루 0원으로 버티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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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공포에 '하루 0원으로 버티기' 확산

절약은 기본…MZ세대 '무지출 챌린지' 도전 유행
방학 맞은 학부모들 '공짜 물놀이' 찾아 지출 방어

SNS에 올라온 무지출 챌린지 인증 게시물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SNS에 올라온 무지출 챌린지 인증 게시물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고물가에 장사가 없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파른 물가 상승세에 너나 할 것 없이 철저한 소비 통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명품을 휘감고 골프 라운딩에 아낌없이 소비하던 MZ세대들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들마저 지갑을 닫고 있다.

3일 통계청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외환위기 이후 23년 8개월만에 최고치다. 지난 6월 6.0%에 이어 2개월 연속 6%대 상승률이다. 이같은 고물가 상황은 거의 한 세대 전에나 경험했던 일이다. 누적된 물가상승의 무게가 어깨를 짖누르면서 세대를 막론하고 짠내 나는 생활계획 속에 철저한 지갑 단속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하루 0원으로 살기'에 도전하는 것. 이른바 '무지출 챌린지족'이 2030을 포함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무지출 챌린지는 말 그대로 하루종일 한 푼도 쓰지 않는 것을 말한다. 무지출은 교통비와 식비를 아예 안쓰거나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실제로 대중교통이나 자차 대신 따릉이 등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퇴근길에는 운동 삼아 도보로 걷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식비는 도시락을 싸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사내에 구내식당이 있다면 이를 이용하고 탕비실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지출을 방어하고 있다. 또 편의점이나 포장 음식을 두끼로 나눠 식비를 아낀다.

저녁 약속 자리도 웬만하면 만들지 않는다. 친구들과 꼭 만남이 필요한 경우라면 필요 없는 물건을 중고로 팔아 이를 용돈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무지출 챌린지 도전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커뮤니티 회원들은 서로의 무지출 챌린지를 격려하며 절약 꿀팁도 공유 중이다. SNS에도 무지출에 성공했다는 게시물들이 속속 올라온다. 본인의 가계부를 공개하는 게시물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한 30대 직장인은 "몇 년 전 결혼하면서 매매한 아파트 대출금을 포함해 각종 공과금 등이 월급날 순식간에 빠져 나가는 걸 확인하고는 이대로 안된다는 결심을 했다"며 "안사도 안죽는다는 마음으로 매일 무지출은 어렵지만 일주일에 2~3번이라도 무지출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무료로 개방된 지역 내 물놀이터. 사진=SNS이미지 확대보기
무료로 개방된 지역 내 물놀이터. 사진=SNS


여름방학을 맞은 학부모들도 짠내 나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학교의 돌봄 공백이 생기는 방학은 부모들에게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삼시세끼 끼니와 간식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무거운데 학원비까지 가중되는 시기다. 또 아이들과의 외출까지 잦아져 가계부담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그룹 과외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며 과외비를 아끼거나 학원에 가서 직접 대면 수업을 하는 대신 인터넷 강의로 돌려 사교육비를 아끼고 있다. 또 불필요한 수업은 과감하게 끊어 내고 학원 중간에 해결해야 할 끼니는 학원과 상의해 도시락을 싸 보내는 방식도 택하고 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여름방학인 만큼 학부모들은 손품과 발품을 팔아 지출을 최소화하는 외출을 준비한다. 예약만 하면 공짜로 물놀이와 체험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각종 입장권을 사는 방식으로 절약에 나서고 있다.

현재 무료 물놀이터 등은 이미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서남물재생센터 내 서울물재생체험관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통통 물놀이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약이 다 찬 상태다.

국립중앙박물관 내 어린이박물관도 알찬 방학을 준비하는 부모들의 발빠른 준비로 오는 15일까지 전회차 예약이 매진된 상황이다.

직장인 전 모씨(40대)는 "방학이라고 아이들이 놀러 가자고 조르는 데 극장, 놀이공원 등의 입장료가 많이 올라 부담"이라며 "무료 물놀이터는 각종 비용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아이들도 신나게 놀아 부담 없이 올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마치 작은 워터파크에 온 것 같다"며 "작은 탈의실에 안전요원까지 배치해 안심이고 매일 수질관리도 한다고 들어 고마운 마음으로 찾아오고 있다"고 호평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