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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당사자에 큰 고통 주지만 자녀들도 씻기 어려운 상처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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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당사자에 큰 고통 주지만 자녀들도 씻기 어려운 상처 남겨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45)] 이마고 관계치료

부부들간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지만 감정을 앞세울 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이마고 관계치료를 활용하면 부부간 갈등도 안전한 관계에서 해결될 수 있고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부부들간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지만 감정을 앞세울 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이마고 관계치료를 활용하면 부부간 갈등도 안전한 관계에서 해결될 수 있고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최근 국내에서는 별 관심 없이 조용히 지나갔지만, 부부 가족상담학계에서는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2022년 서울 국제 이마고 콘퍼런스(2022 Seoul IMAGO International Conference)>가 지난 9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열린 것이다. 이번 콘퍼러스의 주 강사는 부부상담계에 ‘이마고(IMAGO) 관계치료’를 창안하여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하빌 헨드릭스(Harville Hendrix)와 헬렌 라켈리 헌트(Helen LaKelly Hunt) 미국 데이브레이크(Daybreak) 대학교 석좌교수 부부였다.

이들은 '이마고 관계치료'라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유명해진 학자이다. 특히 남편 하빌 헨드릭스 박사는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쇼에 17회나 출연한 저명인사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세계 최고의 커플테라피: 이마고』는 <뉴욕타임스> 11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달성했고, 4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이마고는 전 세계 최고의 커플테라피다!”라며 오프라 윈프리는 이 책에 대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 국내에도 부부간의 갈등이 증가하고, 이혼율이 높은 상황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새로운 가정을 꾸릴 때는 현재의 행복한 마음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점차로 사랑은 식어가고 결국 불화가 커져서 많은 부부들이 결국 이혼하게 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혼은 당사자들에게도 고통을 주지만 자녀들에게도 평생 씻기 어려운 심리적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이혼한 부모의 자녀들이 성인이 돼서도 어렸을 때의 부모의 불화와 이혼 과정에서 쌓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결혼생활을 또다시 힘들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부부상담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마고 이론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IMAGO'는 라틴어로 '이미지(image)'를 뜻하며,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생각을 말한다. 이마고 이론에 의하면,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우리를 돌봐주었던 양육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이 어린 시절의 양육자와의 관계 경험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가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한다.

결혼을 통해 부부는 어린 시절 부모에 의해서 채워지지 못했던 무의식적인 '미해결과제'가 배우자를 통해 충족되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상처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부부가 된다. 즉, 많은 결혼 대상자들 중에서도 부부가 서로 자신의 부모를 닮은 배우자를 선택하게 되고, 불행하게도 부모의 성격과 이미지 중에서도 부정적인 부분을 많이 닮은 배우자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이다. 발달단계의 같은 지점에서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이 서로 반대쪽의 상처를 입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잃어버린 자아(lost self)를 찾아 또다시 발달단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욕구를 충족하려고 애쓴다.

가정 꾸릴 때 행복한 마음 영원할 것이라 믿어
자녀들 이혼과정 중 쌓인 상처서 벗어나지 못해
발달 단계중 해결 못한 욕구 충족하려고 노력

'이마고' 치료를 '관계치료'라고 하는 이유는 부부 각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역동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마음 밖에서 일어나는 일과 두 사람 '사이(between)'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마고 관계치료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부부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하는지를 변화시키기보다는 그들의 상호작용적인 행동을 변화시키도록 돕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부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면 새로운 사고가 시작되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상호작용적인 행동은 부부가 서로 어떻게(how) 대화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지 그들이 무엇(what)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가 아니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가 부부 각자의 내면세계를 잘 이해하는 것이기보다는 본질적으로 그들의 외부세계, 즉 두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되었다. 또한 부부 각자가 어린 시절로부터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됐는지를 서로가 잘 이해하는 것이 되었다.
이런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두 사람이 관계에서 '안전함'을 느껴야 한다. 부부관계에서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데, 안전은 두 사람이 서로의 경계를 늦추게 하고, 연약함을 드러낼 수 있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한다. 그 결과, 부부는 서로에게 '지금 함께 존재함'이라고 부르는 상태가 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말을 하는 동안 듣는 사람이 상대의 말에 대한 모든 형태의 부정성을 떨쳐버리게 만들어 상대의 말을 진정으로 효과적으로 경청하게 된다. 이 진정성 있는 친밀한 관계 속에서 지나간 어린 시절의 상처까지도 치유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관계는 상담에서는 일반적으로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이라고 부르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부 각자가 서로에 대한 판단을 중지하고 두 사람이 그 순간에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환경에서 두 사람은 정서적 동등함을 창조해 낸다.

이마고 관계치료에서는 부부들이 서로의 차이에 대해 반대하기 때문에 싸운다고 설명한다. 부부들은 서로를 감정적으로 때로는 육체적으로 깎아내린다. 왜냐하면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들의 싸움은 결국 평등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이다. 평등을 위해 싸운다는 것은 불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불평등은 불안감을 조장하고, 불안은 방어를 강화시킨다. 부부 각자가 서로 불안하고 방어적이 될 때 그들은 함께 있는 상태에서 물러나 감정적으로 사라져버리거나 그들의 관계가 죽어버릴 때까지 서로 경쟁한다. 그 결과 자기 자신도 죽어버린다.

이마고 관계치료의 좋은 점은 이론적 설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부부간의 갈등은 서로 안전한 관계에서 해결될 수 있고, 이 안전한 관계는 평등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대화'를 통해서 회복될 수 있다. 그래서 이마고 관계치료에서는 '대화'를 매우 중요시한다. 대화가 회복되면 '관계'가 회복되고, 관계가 회복되면 우리 모든 존재의 본질인 '온전히 살아있고 즐겁게 연결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이마고 관계치료에서 중요시하는 대화를 '이마고대화법'이라고 부른다. 이 대화법은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 단계는 '반영하기(mirroring)'이다. 배우자에게 하고 싶은 중요한 말이 있을 때, “나는 ....”으로 시작되는 짦은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면 배우자는 방금 들은 말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다시 반복해서 되돌려 말해준다. 그런 후 자신이 정확하게 들었는지를 확인한다. 반영하기를 통해 부부가 서로에게 연결된 느낌이 강화된다.

두 번째 단계는 '인정하기(validation)'이다. 이 단계는 상대방의 말 속에 내재되어 있는 논리를 알아차리는 방법이다. 이 단계에서는 배우자에게 “당신이 지금 말하는 게 이해가 돼요.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이제 내가 알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에 반드시 동의해야만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단지 잠시 동안 자신의 세계관을 내려놓고 단지 상대방의 말을 그의 입장에서 한번 헤아려보는 것이다. 즉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가지면 되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인 '반영하기'에 '인정하기'를 더하면 효과가 더 커진다.

세 번째 단계는 '공감하기(empathy)'이다. 공감은 배우자의 말에 스며있는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배우자가 자신의 핵심 감정을 확인해 주게 되면, 그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또 온전해지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또한 배우자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더욱 편하게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다. 예를 들면, 분노의 감정이 일단 수용되고 충분히 인정되기만 하면 빠르게 해소된다.

필자도 갈등을 겪는 부부들에게 '이마고대화법'을 소개하고 훈련시킨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부부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대화와는 다르기 때문에 어색해하거나 거부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 대화법에 적응하면서 자신들 스스로 그 효과에 놀라곤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대화법이 비단 부부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갈등을 겪는 부모 또는 동료들과 갈등하는 직장인 등 모든 인간관계에 다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도 가야 할 길』로 널리 알려진 스캇 펙(M. Scott Peck)이 “지금까지 이 세상에 나온 부부치료들 중 이마고처럼 부부관계를 제대로 변화시키는 도구는 없다”고 격찬한 것처럼 '이마고대화법'을 익혀 대인관계의 갈등을 해결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오제은 김혜진 교수의 번역으로 학지사(2022년)에서 출간한 『세계 최고의 커플테라피: 이마고』에서 많은 부분을 인용하였음.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