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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살충제 달걀과 동물복지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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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살충제 달걀과 동물복지 달걀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2017년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고 사람들 모두 안절부절 어쩔 줄 몰랐다. “여태까지 살충제가 들어있는 달걀을 먹었다는 건가? 도대체 달걀 자체를 먹어도 되는 건가? 어떤 게 해롭지 않은 달걀인가?” 달걀에 관한 모든 생각이 헷갈렸다. 그래도 다행히 문제가 해결되면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공장식 닭 사육에 대한 반성이 있었고 동물복지 달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음식윤리의 핵심원리 중 첫째 원리가 생명존중이다. 이때 존중받아야 할 생명은 사람의 생명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생명이다. 인간중심주의는 인간만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는 반면, 비인간중심주의는 인간 이외의 존재도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특별히 모든 생명체가 가치를 지닌다고 보는 것이 생명존중의 원리이고, 생명체는 우리의 음식이 되므로, 하루라도 빨리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아주 어린 시절 달걀은 귀했고 닭은 본성대로 자유롭게 살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달걀이 흔해졌다. 값싼 달걀을 원했던 소비자와 비좁은 우리에서 닭을 키우는 양계업자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공장식 축산 때문일까? 그래서 그런지 요즘 우리는 달걀을 많이 먹는다. 가공식품 안에 든 달걀처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먹는다.

공장식 축산, 감옥처럼 꼼짝달싹하기 어려운 우리 안에 가둔 상태에서, 닭에게 친환경 사료를 먹인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은 사람을 위한 것이지 애당초 닭을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누가 뭐라 해도 닭에게 A4 한 장보다 작은 공간을 주는 것은 인간의 폭력 아닐까? 닭이 병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인간에게 이럴 권리가 있는가?

닭을 자기 본성대로 살도록 배려하는 것, 이것이 진정 닭을 위하고 사람을 위한 것 아니겠는가? 동물복지로 닭을 사육하면 닭 스스로 모래 목욕을 하면서 진드기를 제거할 수 있어 살충제를 쓰지 않거나 최소로 줄일 수 있다. 살충제 달걀보다 동물복지 달걀을 원한다면, 음식윤리의 생명존중 원리에 따라 값비싼 달걀을 망설이지 말고 사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른다. 인류세를 사는 사람과 지구의 건강을 위해 윈-윈 취지로 개발된 “인류세 식단”은 1인 하루당 달걀 섭취량을 13g으로 권장한다. 겨우 13g을 먹으라고? 달걀 1개 무게를 52g으로 가정하면 고작 달걀 1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니 4일에 달걀 1개를 먹는 셈이다. 이렇게 해야 인류가 생존을 지속할 수 있다니….

인류를 위해 인류세 식단대로 4일에 달걀 1개를 먹으려면? 동물복지 사육을 통해 달걀값이 비싸지는 것이 적게 먹는 데에 오히려 유리하다. 달걀을 적게 먹는 만큼 단백질이 부족하면 콩단백이나 대체육, 곤충식량에서 보충하면 된다. 그러면 살충제 달걀 걱정도 사라지고 인류의 생존 지속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필자는 요즘 값비싼 ‘동물복지인증’ 달걀을 눈 딱 감고 산다. 특히 닭을 방목장 안에 풀어 사육한, 알껍데기 끝자리 번호 1번 달걀을 선택한다. 가격은 안 보고 무조건 카트에 담는다. 가격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달걀을 사면서 어렸을 때 닭과 놀던 때를 떠올린다. 닭은 홰에 가볍게 오르고 쫓아가면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그때 살충제 달걀이 있었겠는가?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