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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기차 집어삼킨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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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기차 집어삼킨 배터리

산업부 김정희 기자
산업부 김정희 기자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와 EV트렌드코리아가 17일 폐막했다. 두 행사 모두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결론부터 인터배터리의 보이지 않는 승리였다.
개막식 당일. 두 행사가 열리는 코엑스는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마치 백화점 명품관에서 보던 오픈런(매장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이 벌어진 듯했다. EV트렌드코리아가 열리는 3층 C홀 앞에는 "인터배터리는 1층입니다. 밑으로 내려가세요"라는 직원들의 안내가 이어졌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전시회가 동시에 열리다 보니 생긴 단순 해프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진짜 문제는 두 전시회 간 성격이 비슷해졌다는 점이다. 배터리는 B2B(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활동), 전기차는 B2C(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활동)인데도 말이다. 특히 전기차만 놓고 본다면 어디가 차량 관련 전시회인지 헷갈릴 듯하다.

인터배터리에는 배터리 3사가 전시한 전기차가 5종에 달했다. 모두 배터리를 홍보하기 위해 차량을 전시한 것이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제외하고 모두 수입차였다. 국내 최초로 전시된 모델도 있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관람객들은 차량을 보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반면 EV트렌드코리아는 현대차와 기아, 볼보트럭을 포함해 6종의 차량이 전시됐다. 하지만 최초 공개 등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차는 없었다. 두 전시회 간 질서 정리가 시급한 이유다. 일정이 겹치지 않는 등의 상생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많은 관람객의 선택을 받고 오랜 역사를 가진 전시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콘텐츠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EV트렌드코리아의 경우 수년간 찾지 않는 완성차 업체 등을 다시 끌어들여야 한다. 만일 더 나은 콘텐츠를 위한 고민 없이 형식만 갖춘 행사가 반복된다면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