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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남미 리튬 부국들, 희망 속 '신식민주의'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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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남미 리튬 부국들, 희망 속 '신식민주의' 전락 우려

'백색 석유'로 불리는 리튬이 전략적 광물로 부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의 리튬 삼각지대는 리튬 자원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백색 석유'로 불리는 리튬이 전략적 광물로 부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의 리튬 삼각지대는 리튬 자원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리튬은 ‘백색 석유’라고 불린다. 금속 중에서 가장 가볍고 고체 원소 중에서는 밀도가 가장 낮다. 다른 알칼리 금속과 마찬가지로, 물이나 산소와 잘 반응해 자연 상태에서는 화합물로만 존재한다.

특히, 탈탄소 시대가 시작되고 에너지의 발생과 저장에 배터리가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이차전지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인 리튬의 높은 가치가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리튬은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에 동력을 공급한다. 그 수요는 점차 엄청나게 늘고 있다.

운 좋게 이 희소 자원을 가진 나라들은 중동의 석유 부국처럼 희망에 넘쳐 난다. 남미는 세계에 알려진 리튬 매장량의 약 75%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는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를 대표하는 생산국이다. 흔히 리튬 ‘ABC’로 불린다.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등 3국은 리튬 자원을 수출하는 경제로는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없다고 보고 투자를 유치해 고부가 가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배터리 금속 산업에서 통합하기 위해 협상 중에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칠레가 세계 최대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칠레는 약 860만 톤의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 극한의 사막으로 알려진 ‘아타카마 사막’에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리튬 염수 작업의 본거지로 불린다.

아르헨티나는 리튬 산업에서 세계 주요 업체 중 하나이다. 주로 북서부의 살리나스 그란데스와 데드 맨 염원에 약 640만 톤의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리튬 농도가 최대 3200ppm에 이르는 세계 최고 등급에 속한다. 염수에 리튬이 고농축돼 있어 추출 공정이 더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광산 회사에는 특히 매력적인 투자처이다.
또한 다른 지역과 동일한 양의 리튬을 추출하는 데 필요한 물도 적게 소비되기 때문에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북서부 후후이 지방에 있는 살라르 데 올라로즈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높은 등급의 리튬 염광 매장지 중 하나이다. 약 640만 톤의 탄산리튬 등가물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 세계에 알려진 총 리튬 자원의 약 9%나 된다.

아르헨티나에는 이외에도 살라르 델 옴브레 무에르토와 카우차리 사막에 고급 리튬 염수가 있다.

볼리비아는 주로 살라르 데 우유니에 약 540만 톤의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칠레와 아르헨티나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개발 속도가 느려 심각한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편, 브라질도 상당한 리튬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브라질은 약 8만6000톤의 매장량을 보유한 세계 7위의 생산국이다.

브라질의 주요 리튬 광상은 미나스제라이스 및 세아라 주에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상당한 탐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자국 리튬 이온 배터리 산업을 개발할 계획으로 리튬을 개발 우선 광물로 지정했다.

전기자동차 및 기타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세계는 리튬 자원 공급을 위해 이들 지역에 점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편, 리튬은 남미가 최대 생산지이나 실제 가공을 통해 자원으로 활용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중국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배터리 제조량에서 77%를 차지한다. 세계 10대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6개 기업이 중국이다.

이에 배터리 수요가 많은 나라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리튬 삼각지 및 남미의 다른 지역에서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올라프 숄츠 총리가 남미를 방문해 리튬 개발에 참여하려고 시도했고, 한국 포스코는 이미 리튬 트라이앵글에 40억 달러를 투자해 자원 확보에 나섰다.

리튬 산업 성장은 남미에 있어 경제적 의미가 상당하다. 가장 즉각적인 영향 중 하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남미의 리튬 산업은 특히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에 수천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업은 광업 및 탐사에서 엔지니어링 및 연구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는 이 지역 경제를 크게 향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들이 이 산업에 필요한 인력이나 자본, 관련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역량을 보이느냐다. 이제 이들 남미 국가들도 자원만 개발해서 수출하는 경제로는 지역이나 국가 전체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적다는 인식 아래 관련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고 있다.

천연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외국 자본 및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것과 이러한 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는 현재 리튬과 관련하여 바로 이 질문에 맞서 싸우고 있다.

우선 칠레는 가장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칠레는 법을 제정하고 법에 따라 리튬을 전략적 자원으로 간주한다. ‘칠레생산개발공사(CORFO)’와의 파트너십하에 운영되는 국영기업 또는 민간기업에만 광물을 개발할 수 있는 허가를 부여한다. 이런 규제 때문에 미국 기반 SQM과 앨버말 광산회사만이 리튬 생산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칠레의 산업은 지난 30년 동안 새로운 광산이 개장하지 않아 정체된 상태다. 이는 칠레가 사막에서 엄청난 물 사용에 반대하는 지역 사회의 저항과 SQM과 앨버말과 관련된 일련의 스캔들을 포함해 많은 도전에 직면함에 따라 발생한 업보다.

한 작업자가 리튬 염수에서 증발한 리튬을 모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 작업자가 리튬 염수에서 증발한 리튬을 모으고 있다. 사진=로이터

칠레의 또 다른 문제는 가브리엘 보릭 대통령의 좌파 정부가 민간기업과 협력하고 광산 수요와 지역 사회와의 균형을 맞출 국영 리튬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국유화 요구는 불발되었지만 국영 리튬회사 설립은 파트너를 찾고, 탐사하고, 협의하고, 결국 필요한 시설을 건설하는 등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렇게 되면 시장 수요를 제때 충족할 수 없다.

칠레의 과제는 리튬 채굴 정책을 명확히 하는 것인데, 이는 결국 환경과 원주민 권리에 대한 정부의 우려와 경제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합리적 과정과 부의 올바른 배분이 얼마나 성숙하게 진행될지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될 것이다.

이에 반해, 아르헨티나는 산업 발전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가장 개방적이며 국가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가볍다. 낮은 세금도 이점이다. 이는 외국 자본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아르헨티나는 리튬을 국가가 통제해야 할 전략적 광물로 간주하지 않고 대신 아르헨티나의 법률 시스템을 통해 기업이 지정된 투자 규칙 및 규정을 충족하는 경우 영구적으로 리튬을 탐사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정책을 통해 아르헨티나는 중국의 간펑 리튬 및 지진 마이닝, 캐나다의 리튬 아메리카 및 영국의 리오 틴토를 포함한 외국 기업을 유치했다.

아르헨티나는 또한 새로운 기술인 직접리튬추출(DLE)을 실험하고 있다. DLE는 현재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방법, 즉 다량의 물을 증발시키는 염수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리튬을 분리하는 2년간의 증발 공정을 극복하자는 것인데, DLE 공정은 두 배의 리튬을 회수하고 많은 소금물을 대수층으로 되돌릴 수 있다. 이 과정은 아직 실험적이지만 리튬 채굴의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적은 규제, 적절한 세금, 외국 자본 유치의 편이성에도 환경오염과 리튬 판매로 인한 부의 불평등한 분배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국 리튬 광산회사의 유입이 ‘녹색혁명을 치장한 신식민주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볼리비아는 수출 측면에서 세계 최대의 매장량에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일반적으로 잔인한 노동 조건, 부패 및 호황-불황을 겪으며 형성된 국가의 광업 유산으로 인해 아직 건전한 사업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모랄레스 치하에서 볼리비아는 독일의 ACI 시스템즈와 수산화 리튬 생산 및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건설과 중국의 신장 TBEA와 두 개의 사막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두 가지 합작 투자 계약을 협상했다.

그러나 2019년에 두 회사에 로열티 인상과 더 나은 상환 조건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모랄레스는 ACI 시스템즈와 계약을 취소했다. 2019~2020년의 정치적 불안정 기간 동안 리튬 정책은 표류했다.

볼리비아는 리튬이 수출의 주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원자재만 수출하는 역할을 넘어서는 국영 리튬 대 배터리 생산 매트릭스를 구축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2020년에 선출된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은 자국이 ‘리튬의 세계 허브’가 되고자 한다. 보유한 전 세계 매장량의 23.6%를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전 세계 리튬시장의 20~30%를 공급하기를 원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 미국 신생 기업 라일락 솔루션(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BMW와 빌 게이츠의 획기적인 에너지 벤처의 지원)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세계 리튬 허브가 될 잠재력이 있다. 문제는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 및 관리이다. 국가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볼리비아의 열망은 성장과 올바른 분배였다. 리튬 또는 배터리 수출을 통해 이를 달성하려면 더 많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리튬은 남미 리튬 국가에 위험과 보상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3국이 리튬 개발에 각각 다른 길을 택했다.

아르헨티나는 외국 전문 지식과 자본을 모두 활용하는 큰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 칠레는 세계 시장에서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책이 여전히 불분명하다. 볼리비아는 뛰어난 매장량을 국가 발전과 국민소득 성장으로 가져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가 공유하는 한 가지는 세계 경제가 다시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위대한 에너지 전환이 더욱 탄력을 받음에 따라 증가할 것이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대 흐름을 읽는 전략을 마련하고 성장과 발전을 위한 국민적 단합을 도모하는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