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슈] 고물가·엔데믹이 ‘공룡 배달앱’ 콧대 꺾었다…변곡점 맞은 ‘배달시장’

공유
1

[이슈] 고물가·엔데믹이 ‘공룡 배달앱’ 콧대 꺾었다…변곡점 맞은 ‘배달시장’

고물가·치솟는 배달비·코로나 엔데믹, 삼중고 영향으로 배달앱 이탈 현상 ‘가속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물가가 너무 올라서 배달시켜 먹는 것이 부담스러워요.” (배달앱 이용자 정가연 씨)
“예전에 저렴해서 자주 시켜 먹던 짜장면도 배달을 시키면 이제 1만원을 넘으니 못 시켜 먹고 있어요.” (배달앱 이용자 이주환 씨)


인플레이션 압력과 엔데믹 영향에 급성장하던 배달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배달앱 이용자가 줄고 배달라이더의 이탈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배달앱 시장은 기존 정책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콧대 높던 배달앱들 역시 위기감을 감지하면서 수익성 유지를 위해 특별한 처방을 하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해 배달비를 낮춘 묶음 배달 서비스를 내놓는 등 ‘배달비 낮추기’ 정책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업체들은 배달요금 낮추기에 나섰다. 우선 요기요는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고객 배달요금 지원 이벤트’를 진행한다. 요기요 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최소 주문 금액에 따라 차등 지급할 예정이다. 최소 주문 금액 2만원 이상 주문 시 최대 2000포인트를, 3만원 이상 주문 시 최대 3000포인트를 지급한다. 이벤트 기간 내 1인당 최대 2만 포인트까지 적립 가능하며 적립 포인트는 오는 4월 7일 일괄 지급할 예정이다.

요기요가 이벤트 성격으로 배달비 지급을 결정했다면 앞서 배달의민족은 공식적으로 배달비를 낮췄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0일 주문부터 배달까지 배달앱이 맡는 ‘배민1’ 서비스에 기존 단건 배달 외에 비슷한 배달의 경우 여러 건 묶어서 배달하는 이른바 묶음 배달 서비스 ‘알뜰배달’을 도입했다.

업주는 배달비로 2500∼3300원(부가세 별도)을 부담하고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는 평균 2000원 안팎이다. 기존 단건 배달은 업주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각각 평균 3000~35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 부담액이 줄어들 전망이다.

코로나19 시기 단건 배달을 처음 선보여 급성장한 쿠팡이츠 역시 빠른 배달을 보장하는 대신 가격이 높았던 단건 배달 시스템 대신 저렴하고 여러 건을 한꺼번에 배송하는 묶음 배달을 시범 운영하는 등 배달비 낮추기에 나선 상황이다.

◆ 깎아주고, 묶음배송하고…생존전쟁 나선 '공룡 배달앱'


배달앱 3사의 이 같은 변화는 생존을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배달시장이 올해 들어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음식의 온라인 거래액은 26조3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2019년 9조70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17조3000억원, 2021년 25조7000억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1%대 증가에 그친 것이다.

단순히 거래액 상승세가 꺾인 것이 아니라 배달앱 이용자가 급감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앱 3사인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지난 2월 기준 월간 앱 실이용자(MAU)는 2922만 명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2월 배달앱 3사의 실이용자는 358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5%(664만 명) 줄었다. 주요 배달앱 이용자 수가 3000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2979만 명 이후 5개월 만이다.

업체별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지난달 이용자가 각각 1953만1470명, 648만3578명으로 지난해 2월 대비 각각 5.63%, 27% 줄었고, 쿠팡이츠는 321만2487명으로 지난해 2월(628만813명)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배달앱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성장했던 배달시장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물가와 치솟는 배달비, 그리고 코로나 엔데믹 등 삼중고 영향으로 배달앱 이탈 현상이 가속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한푼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직접 픽업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었다.

배달앱 이용자 황선혜 씨는 “음식 주문할 때 음식값보다 배달비를 보게 되다가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서 미리 주문을 해놓고 직접 음식을 픽업해 먹고 있다”며 “한 끼 식사값이 부담되는 상황까지 맞물리다 보니 운동 삼아 다녀온다는 마음으로 직접 포장한 음식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배달라이더 일을 하고 있는 양자경 씨는 “요즘 배달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일감이 부족해 라이더들마다 전투콜을 받고 있다”며 “일감을 1개라도 먼저 받기 위해 전쟁인 상황”이라고 현황을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로 음식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배달료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이용자들이 감내할 만한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여기에 엔데믹이 본격화되면서 외부활동 제약이 사라져 봄철 야외활동의 증가세도 배달앱 이탈을 부채질했다”고 설명했다.

◆ 공룡 배달앱만 돈 벌던 레드오션…물가 오르자 부메랑으로 역풍


배달료는 코로나 이후 배달 수요가 폭발하면서 급등했고, 이 같은 분위기에 배달앱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배달비를 계속 높여왔다. 기본 2000원 수준이던 배달비는 지속 상승하면서 3000원에서 1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배달앱 3사(3~4㎞ 기준) 배달비는 최소 3500원에서 최대 7000원으로 조사됐다.

배달비가 비싼 것은 업계 관행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배달앱 업계는 점유율을 바탕으로 배달료와 중개수수료, 식당 홍보비 등 배달앱 가입 업체부터 배달앱 이용 소비자까지 돈을 빨아들여 몸집을 불려왔기 때문이다. 또 레드오션인 배달업 시장에서 기업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달비 인상 등 수익률 개선 정책을 내세웠다. 이미 배달의민족은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배달료 명목으로 건당 6000원을 받고, 일정 거리가 넘어가면 추가 금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천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배달앱 가입 점주 김진수(38) 씨는 “배달앱 업체에서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인 정책 변경으로 인해 배달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떨어지는 등 불이익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배달라이더 양자경(47) 씨도 “배달라이더로서 배달수수료는 생활을 하는 데 중요한 부분인데 그동안 절대 갑인 배달앱 업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배달앱 업체들의 콧대 높은 모습들에 대해 하소연했다.

배달라이더들 사이에서는 배달 건수가 줄어들어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 배달업을 떠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미 중고거래 장터 등에서는 배달에 사용했던 바이크를 팔거나 배달 콜을 빨리 받기 위해 여러 대 사용해야 했던 휴대폰 등 배달라이더용품들도 중고장터에서 매물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 더불어 배달업 업체의 행태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고 뼈를 깎는 개선의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배달시장의 위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양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luswate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