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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돋보기] 루이비통 모시기…명품 제왕 등장에 술렁이는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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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돋보기] 루이비통 모시기…명품 제왕 등장에 술렁이는 유통가

매출·모객·위상·연쇄 효과 큰 아르노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회장 접견에 유통가 수장 총출동
콧대 높은 정책에 만남 기회 잡고자 총력…백화점·면세점, 향방에 촉각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찾아 김현종 현대백화점 대표, 딸 델핀 아르노 디올 글로벌 CEO 등과 함께 매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찾아 김현종 현대백화점 대표, 딸 델핀 아르노 디올 글로벌 CEO 등과 함께 매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명품 제왕의 등장에 주요 유통가 수장들의 일정이 바빠졌습니다. 약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세계적 명품업체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의 접견 때문인데요. 그가 머무는 20~22일까지 유통가는 아르노 회장의 행적과 만남에 들썩였습니다.

아르노 회장이 가는 곳에는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백화점·면세점업계 대표뿐 아니라 재계 오너도 따랐습니다. 특급 의전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유통가 모두가 그와의 만남에 혼을 쏟았습니다. 재밌는 점은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루·샤 중에서도 유독 ‘루이비통’을 보유한 LVMH그룹 한국 방문만이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점입니다. 샤넬도, 에르메스도 아닌 것이죠. 왜일까요?
그 이유는 ‘루이비통’이라는 상징성에 있을 것입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루이비통은 유치조차 쉽지 않은 곳으로 유명하죠. 희소성 정책으로 인해 그에게 신규 입점에 대한 오케이 사인을 받는 것은 선물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 아르노 회장을 만나 각사의 경쟁력과 강점을 어필하는 것이죠. 루이비통이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있고 없고는 백화점의 위용이 달라지는 문제기도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들어와야 연쇄효과로 샤넬, 에르메스도 들어와 3대 명품을 갖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루이비통을 비롯한 3대 명품은 고객 유치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중에서도 루이비통은 한때 3대 명품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귀띔했습니다.

◆명품의 바로미터이자 하이엔드브랜드의 기준


맞습니다. 그래서 샤넬도 아니고, 에르메스도 아니고 ‘루이비통’ 유치에 유통가가 목마른 겁니다. 주요 백화점의 명품 입점 현황을 잘 살펴보면, 루이비통이 없는 곳에 에르메스나 샤넬이 입점한 곳은 흔치 않습니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흔한 일도 아니기에 업계에서는 루이비통이 명품의 ‘바로미터’라고 이야기합니다.

LVMH그룹은 하이엔드브랜드 ‘루이비통’을 비롯해 요즘 급부상한 디올부터 셀린느, 펜디, 지방시 등 인기 높은 ‘빅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죠.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와 모엣샹동, 돔페리뇽 등 럭셔리 샴페인 브랜드, 다수의 코메스틱 브랜드까지 거느리고 있습니다.

루이비통이 확충되면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까지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러니 재계 총수까지 나서는 것이겠지요. 루이비통을 위해서라면 끼워파는 브랜드도 함께 입점시킨다고 하네요. 지금은 그 위상이 달라졌지만 디올이 대표적이라고 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디올의 인기에 상황이 크게 달라졌지만요.

또 루이비통은 럭셔리한 이미지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을 신규로 가져가다는 것 자체에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도 하다”며 “백화점, 면세점의 고급화 기준의 척도로 평가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수준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것이겠죠. 또 추후 다른 빅 브랜드와의 협상에도 루이비통 입점 하나가 유리한 고지를 가져다 준다고도 합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를 신규로 유치할 때도, 입점 브랜드로 루이비통이 있다고 하면 협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2010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아르노 회장 방한 소식에 직접 인천공항에서 마중하고 신라면세점 현황 및 루이비통 유치를 적극적으로 어필했던 겁니다. 이렇게 공을 들인 결과 루이비통 매장을 따내게 됩니다. 네. 이쯤되면 눈치 채셨겠지만, 브랜드 입점은 전적으로 아르노 회장이 결정한다고 합니다. 이후로 이부진 사장은 아르노 회장 방한 때마다 접견하면서 끈끈한 관계로 발전시켰습니다.

올해도 아르노 회장 방한에 유통가 수장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업계와의 만남조차 철저히 아르노 회장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만남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방문 첫날부터 아르노 회장의 일정은 빼곡했습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의 의전을 받으며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매장과 면세점을 둘러본 뒤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방문합니다.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LVMH 산하 브랜드를 살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디올 성수에 방문했고, 롯데백화점의 상징이 된 롯데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도 들렀습니다. 이곳에서는 신동빈 롯데 회장과 김상현 롯데유통군 HQ 총괄대표,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까지 나와 응대했습니다. 같은 날 김은수 갤러리아 대표의 의전을 받으며 압구정 명품관도 점검했습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았는데요, 판교점은 경기권 최초로 루이비통이 입점한 곳입니다. 이날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와 함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아르노 회장과 만났습니다. 판교점에 이어 루이비통 매장이 없는 더현대 서울도 찾았습니다. 또 단일 점포 기준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방문했습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는 이날 저녁 서울 용산구 소재 리움미술관에서 환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각사마다 아르노 회장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징적 점포를 소개하고,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다녀가는지, 어떻게 매장이 운영되는지 보여줬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브랜드 유치와 협업을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백화점·면세점에 기회…잡는 곳은 어디?


그가 방문한 이유는 팬데믹에 가파르게 성장한 한국 명품시장을 살피고 신규 매장 유치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때마침 유통가도 이에 갈급했던 참입니다. 최근까지 백화점업계는 신나게 신규점포를 출점했는데, 아직 루이비통을 유치하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이제는 여의도의 상징이된 ‘더현대 서울’이 대표적이겠네요.

최근 목동점에서 루이비통이 빠진 상태라 루비이통을 비롯한 LVMH그룹 브랜드가 필요한 상태일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을 아르노 회장과 함께 방문한 점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며 “유치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압구정점으로 모시지 않고 판교점과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것을 봤을 때, 밀고 있는 점포의 쇼핑 시설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지난 2021년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 대전신세계아트앤사이언스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지만 루이비통 입점은 아직입니다. 이에 하이엔드명품 브랜드의 유치가 절실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루이비통이 가진 파급력으로 지역 백화점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실적을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단적인 예로 루이비통이 입점된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경기점에 루이비통이 있음으로써 수원, 광교 등 고객까지 흡수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면세점업계도 올해 아르노 회장의 선물을 손꼽아 기다릴 수 밖에 없겠습니다. 얼마전 있었던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를 앞두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어섭니다.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1차 심사에서 DF3·4구역에 신라면세점과 함께 복수 후보로 선정됐고,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5구역 낙찰이 유력한 상황인데요, 모두 푸티크를 포함한 구역이라는 점에서 LVMH 브랜드 유치가 필요합니다.

아쉽게도 이번 입찰경쟁에서 밀린 롯데면세점의 경우 시내면세점 강화를 위해서 브랜드 추가유치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대리구매상들의 브래드 이미지를 훼손한다고 판단해, 루이비통은 시내면세점 일부에서 철수한 상태라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이번 아르노 회장과의 만남은 놓쳐서는 안되는 기회라고 여겨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르노 회장은 한국의 시내면세점 행태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지방점에서 루이비통을 철수시켰는데, 최근 엔데믹으로 관광수요가 되살아나면서 대리구매상이 아닌 일반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 “면세점업계로서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경쟁력 유지를 위해 유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