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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최저임금 '생계비' 농고 팽팽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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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최저임금 '생계비' 농고 팽팽한 신경전

생계비를 근거로 한 노동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에 경영계 과하다 반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해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두 번째 회의에서 노사는 최저임금 심의의 기초 자료인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 생계비'를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25일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임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지난 2일 첫 회의가 열린후 약 3주 만이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이 자리에서 노사는 최근 공개된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 생계비' 분석 결과를 두고 맞섰다.
비혼 단신 생계비는 최저임금 심의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것으로, 최임위 생계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생계비는 241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대비 9.3% 증가한 것으로, 부양가족 없이 혼자 살며 쓰는 돈만 해도 한 달에 최소 241만원 이상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노동계가 요구한 내년도 최저임금 월 환산액 250만8000원(시급 1만2000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노동계는 이같은 실태 생계비를 근거로 내년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해 최저임금은 생계비 인상률보다 낮은 5.0%가 인상돼 실질임금은 4.3% 삭감됐다"며 "여기에 물가 폭등으로 노동자 가구의 생활 여건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민경제 파산을 막기 위한 해결책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뿐이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올해 최저임금은 비혼 단신 생계비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며 "치솟는 물가를 고려한다면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근거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생계비를 근거로 한 노동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가 과하다며 반박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 241만원은 월 소득이 700만~800만원에 달하는 고임금 계층의 소비 지출까지 포함됐다"며 "최저임금 자료로 활용되기에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 심의는 정책 대상인 저임금 근로자 계층의 생계비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며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급격히 위축되는 기업의 지불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고, 업종별 구분 적용도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저임금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문제다"며 "물가 인상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사용자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동계는 투명하고 공정한 최저임금 심의를 위해 전원회의 과정을 전면 공개할 것을 최임위에 요구 했다. 박희은 부위원장은 이같은 공개요구 서한을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에게 공식 전달했다.

최임위는 이후 회의 공개와 관련해 심도 있게 논의했지만 현행과 같이 모두발언까지만 공개하고 논의 결과는 추후 참고 자료를 통해 충실히 알리기로 했다.

한편, 이날 최임위는 최저임금 심의 안건 중 하나인 '최저임금액 결정단위'를 지금처럼 시급으로 하되 월 환산액(월 209시간 근로 기준)을 병기하기로 했다.

최임위 심의 안건은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 ▲최저임금 수준 등이다. 이 중 최저임금의 시급·월급 여부를 결정하는 최저임금 단위는 상대적으로 쟁점이 적어 통상 가장 빨리 논의돼왔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최대 쟁점인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와 최저임금 수준은 이후 회의에서 순차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3차 전원회의는 다음달 8일로,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놓고 노사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6월말)에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로,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