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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위기 中 건설사들, ‘반도체 묻지마 투자’에 개미 광풍… 주가 380%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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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위기 中 건설사들, ‘반도체 묻지마 투자’에 개미 광풍… 주가 380% 폭등

적자 늪 부동산 기업들 ‘칩 제조’ 선언만으로 주가 수백 % 급등하는 기현상
메트로랜드, 반도체 지분 인수 소식에 폭등 후 규제당국 질의서 날아들자 23% 폭락
‘지방정부 구제금융 베팅’ 2억 개미의 투기판… 전문가 “실적 없는 랠리, 파멸적 붕괴 우려”
중국 상하이 푸둥 금융가의 상하이 증권거래소 간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상하이 푸둥 금융가의 상하이 증권거래소 간판. 사진=로이터
중국의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파산 위기에 몰린 현지 개발업체들이 난데없이 ‘반도체 제조’ 진출을 선언하며 주가를 띄우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기술 자립’ 기조에 편승한 이 같은 다각화 움직임에 본토의 개인 투자자들이 묻지마 투기 열풍으로 화답하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실체 없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상하이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상장 부동산 개발사들이 본업인 건설업을 뒤로하고 실리콘 반도체 자산을 매입했다는 발표를 내놓은 직후 주가가 수백 퍼센트씩 폭등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적자 건설사가 ‘레이저 칩 제조’ 선언… 당국 제동에 기겁


대표적인 사례는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베이징 기반의 부동산 개발사 메트로랜드(Metroland)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13일, 레이저 신호를 이용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인 ‘시안치신 광전자기술(Xian Qixin Optoelectronics Technology)’의 지분 20%를 전격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연일 상한가(일일 제한폭 10%)를 갈아치우며 주가는 20.85위안까지 치솟았고, 당일 종가 기준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2025년 말 대비 무려 389%라는 경이적인 폭등 기록을 세웠다.

메트로랜드가 지난해 전년 대비 15.3% 확대된 12억 위안(한화 약 2,680억 원)의 막대한 순손실을 기록한 좀비 기업이라는 점은 개미들에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거품은 오래가지 못했다. 상하이증권거래소가 메트로랜드 측에 구체적인 거래 세부 사항을 명확히 밝히고 재무 안전성을 전면 공개하라는 고강도 질의서를 발송하자, 투기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며 금요일 주가는 23.5% 급락한 15.96위안으로 주저앉았다.

“국가 희망 짊어졌다” 착각… 허페이도시건설 등 10개사 업종 세탁


이 같은 ‘반도체 묻지마 랠리’는 메트로랜드뿐만이 아니다. 선전 증시에 상장된 허페이 도시건설개발(Hefei Urban Construction)부터 세라믹·도자기 제조업체 모날리사 그룹(Monalisa Group)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장기 침체로 수익성이 완전히 고갈된 개발사 및 주택 관련 기업들이 반도체 투자 공시를 내놓으며 연일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은 2020년 말 중국 정부가 개발사들의 과도한 부채(레거시)를 단속하고 재정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3대 레드라인’ 규제를 도입한 이후, 최소 10개 이상의 적자 부동산 기업들이 자산을 재정비해 건설업을 탈출했다고 추정한다.

이들이 택한 탈출구는 하나같이 베이징 당국이 서방의 제재에 맞서 기술 자립을 외치고 있는 ‘반도체’나 ‘생명공학’ 등 첨단 기술 부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의 핵심은 인공지능(AI) 스택 전반의 자립이며, 첨단 칩이 그 야망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딩하이펑 인테그리티(Integrity) 컨설턴트는 “반도체 테마주는 중국 기술 혁신의 핵심이자 국가 전체의 희망을 짊어지고 있다는 내러티브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현상은 거래소가 기업의 막장 재무 기반을 무시할 경우 본토 증시가 투기꾼들의 야바위 판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무례한 경고”라고 강력히 꼬집었다.

“망해도 정부가 구제해 준다” 2억 명 은퇴 개미들의 위험한 도박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매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매수세가 결국 비극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의 주식 투자자 기반은 2억 명을 넘어섰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은퇴자들로 평생 모은 저축액을 변동성이 극심한 시장에 밀어 넣고 있다.

상하이의 엔젤 투자자인 인란은 “단순히 신규 사업 투자 발표만으로 주가가 뛰는 매수 열풍은, 해당 거래가 상장기업에 실질적인 회계상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호황 후 파멸적인 붕괴’ 시나리오를 초래한다”며 “상한가 랠리를 쫓아 뒤늦게 탑승한 개미들은 주가가 급락하면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개미들이 부실 건설사 주식을 사들이는 배경에는 일종의 ‘대마불사(大馬不死)’식 왜곡된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특성상 지방정부나 국영 모기업이 전면 붕괴를 막기 위해 막판에 개입하여 자산 재편을 주도할 것이며, 반도체 자회사를 추가한 기업에는 국가 차원의 파격적인 보조금 횡재(구제금융 효과)가 떨어져 단숨에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위험한 도박에 평생의 자산을 배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