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북미 시장이 국내 기업들의 전초기지가 되는 주된 배경으로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 등 소비층에 따라 여러 가지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점이 꼽힌다.
일례로 이마트는 미국에서 지역 특성에 맞춰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기농 식품 위주로 판매하거나 식음료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국은 유통 선진국으로 상품을 유통할 때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국가 규모가 워낙 커 지역과 채널에 따라 특성을 달리하며 다양한 인사이트와 비결을 축적하고 있다"며 시장 진출의 요인을 설명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불면서 현지인 관심이 증가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로 인해 화장품시장에서는 이미 고무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7월 화장품 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지만, 미국 수출액은 22%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품 시장으로 이전부터 기업들이 진출을 꿈꾸던 격전지 북미에서 'K-컬처', 'K-뷰티' 인기로 시장 공략 교두보가 마련된 것이다. 이에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클린 뷰티, 뷰티 테크 등 현지 트렌드에 따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한류 영향으로 인해 북미 시장에서 럭셔리 스킨케어에서 색조화장품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서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은 현지 시장에서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상의 북미 지역 매출은 지난 2017년 54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 852억원, 지난해 1523억원의 성과를 거두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한인마트 위주로 판매되던 종가집 김치는 지난해 현지 월마트 입점을 기점으로 메인스트림 채널 입점을 넓히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그동안 북미 지역에서 한국 식품은 현지 한인이나 아시안계를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졌으나 K-POP, K-영화, K-스포츠 등 한류가 확산하면서 자연스럽게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밀레니얼 세대가 많은데 K-POP 등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이들이 MZ세대"라면서 "콘텐츠 다음으로 소비재가 주목받으면서 화장품과 식품이 수혜 품목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시장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유통업계 의견이다. 중국 시장은 규모가 크고 해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 버릴 수 없는 시장이란 것이다. 따라서 북미 진출 전략은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각화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뷰티업계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여전히 미국보다 높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해외 매출 2972억원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6%인 반면 미국 매출 비중은 12%다. LG생활건강의 2분기 화장품 매출 8530억원에서 면세 채널과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7%이며, 미국 매출은 6.3%를 차지한다.
식품업계에서도 중국은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풀무원 중국법인 푸메이뚜어 식품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이 연평균 71% 성장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수출액에서 중국과 미국 비중이 각각 35%, 14%를 차지하고 있다.
식품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도 시장 규모가 넓어 식품 기업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