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따라 임금 32~40개월 차등 지급
부산은행은 올해 희망퇴직자에 대한 보상을 은행권 상위 수준으로 늘렸다. 임금피크를 앞둔 65년생에게는 32개월 치를, 대리급 이하 직원에게는 28개월 치를, 1966~1970년생에게는 38개월~40개월 치를 각각 특별 퇴직금으로 준다.
하지만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 신청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행은 2년 전 희망퇴직 때도 36개월 치를 보상으로 했는데 신청자는 20여 명에 그쳤었다.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은 부산은행의 경우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인데 올해 대상 연령도 크게 낮췄다. 또 일반 직원뿐만 아니라 임원도 감축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감원 대상자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재취업·창업도 어려워져
은행권에선 몇 해 전부터 선제적으로 인력을 감축해 왔다. 은행들은 대부분 중·장년층 비중이 높은 항아리형이기 때문에 신입사원 채용을 위해서도 희망퇴직 등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희망퇴직 모집은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내년에도 경영 환경 악화가 예상되면서 비용 효율화가 불가피하다는게 은행 측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다른 지방은행도 일부 인력 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돼 구조조정 한파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재취업이나 창업 환경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조건이 같으면 나가려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라며 "일시적 비용이 들더라도 선제적인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은행 점포 수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
최근 은행권에서는 대면 거래 대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됐다.
실제 은행 거래에서 비대면 거래비중은 90%를 넘어섰다. 대면 거래 비중은 올해 상반기엔 1% 밑으로 떨어진 반면 비대면 거래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올 상반기 99.24%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을 배치할 수 있는 은행권 영업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5년 7281개였던 국내은행 점포 수(지점·출장소 포함)는 올해 상반기 말 6592개까지 떨어졌다.
로봇이 단순 업무를 대신하고 직원을 없앤 지점이 신설되거나 기존 지점은 통폐합하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네이버 등 빅테크 급성장도 은행권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 대형은행 임원은 "지금까지는 은행끼리 내부 경쟁을 벌여 왔지만 앞으로는 몸집이 가벼운 다른 주자들과 싸워야 한다"며 "인력·점포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효율화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