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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총재 없이 금리인상 서두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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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총재 없이 금리인상 서두른 까닭은?

14일 금통위, 정례회의 열어 기준금리 0.25%p 인상한 연 1.5% 결정···물가안정 고려

한국은행이 금통위 의장인 총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전격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은행이 금통위 의장인 총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전격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인 총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전격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한국은행은 총재 공석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국 총재 공석 속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는 그만큼 국내 물가 상황이 심각하고 미국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본 탓이다.
14일 한국은행 금통위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현재의 연 1.25%에서 연 1.5%로 0.25%p 인상한 것.

사상 처음 총재 공석 속에서 열린 이번 금통위는 주상영 위원이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기준금리 인상 결정도 금통위원 6명 전원이 만장일치하면서 성사됐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위기 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0.25%p씩 인상해왔다. 결국,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인 연 1.25%까지 올렸다. 지난 2월에는 금통위원의 만장일치로 연 1.25%에서 동결한 바 있다. 2017년 금통위 횟수가 연 12회에서 8회로 축소된 이후 처음으로 직전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 없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다.

시장에선 이번 금통위가 총재 공석인 상황에서 열려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렸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4%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는 등 현 상황을 고려시 기준금리 인상이 더 이상 미루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탓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제성장률도 2% 중후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성장보다 물가 안정을 더 고려한 금통위 측의 고민이 들어있다.

실제, 물가가 더 뛰어오를 경우 대응을 늦춰 실기 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2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급등했으며 소비자물가 역시 10년여 만에 4%를 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한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 유가 급등도 가져왔다. 석유류 가격은 31.2%나 상승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도 광범위한 물가 상승 압력 확산세 속에 2009년 6월(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9%로 나타났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까지 치솟았다.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것이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지난 2월의 전망치인 3%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주상영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은 금리인상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 관련 "지난 2월 말 금통위 이후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 금융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상승 압력은 예상보다 장기화 될 것"이라며 "한국은행 총재의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연간 물가가 4%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상영 직무대행은 물가 관련 "2분기가 지나면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 언제 정점이 될지 확실치 않다"며 "연간 4%나 그에 근접한 수준에서 상승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국제유가다. 국제유가가 높지만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인다면 그에 맞춰 물가도 조정된다"며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연말 쯤 조금 낮아질 수도 있다. 다만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곡물 가격 이런 것들이 어떻게 전개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빠른 긴축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미 연준은 이미 한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대한 단행 의지를 보였다. 이에 다음달 3~4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0.5%p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아직 한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월을 포함한 네 차례의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벌려 놓고는 있다.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0.25~0.5%, 한국은 1.5%로 미 기준금리와 상단이 1.0%p 차이가 있다. 미 연준이 한 차례 이상 빅스텝을 단행 시 연내 내외 금리가 역전될 수도 있다. 한·미간 기준금리가 축소되거나 역전 시 외국인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고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