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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가상화폐 환투기...귀금속 업체→은행→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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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가상화폐 환투기...귀금속 업체→은행→해외로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 홍콩으로 빠져나간 자금이 제일 많아 · 해외법인과 국내법인 소유자의 동일 인 여부는 확인 불가

가상화폐 거래소의 수상한 자금들이 귀금속 업체를 통해 홍콩·일본·미국 등으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됐다. 수조원에 달하는 가상화폐가 대규모 자금 이동이 용이한 귀금속 업체 등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이미지 확대보기
가상화폐 거래소의 수상한 자금들이 귀금속 업체를 통해 홍콩·일본·미국 등으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됐다. 수조원에 달하는 가상화폐가 대규모 자금 이동이 용이한 귀금속 업체 등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수상한 자금들이 귀금속 업체를 통해 홍콩·일본·미국 등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수조원에 달하는 가상화폐가 대규모 자금 이동이 용이한 귀금속 업체 등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때문에 해외 가상화폐 투기꾼들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차익을 노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은 '거액의 해외 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을 발표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현재까지 우리은행·신한은행 등 2개 은행에서 총 4조1000억원에 달하는 수상한 외화송금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수상한 자금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여러 개인·법인→무역법인→ 해외 순으로 송금됐다. 법인계좌에서 타법인 대표 계좌로 송금되거나, 동일한 계좌에서 다른 2개 법인으로 송금되기도 했다. 또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업체들이 기간을 달리한 송금도 있었다.
중간다리 역할을 한 법인은 귀금속 업체, 여행업 등 다양했다. 특히, 귀금속 업체가 거래 규모가 제일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금융 담당 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송금 업체는 귀금속 거래, 여행업, 소도매, 반도체 업체 등이었다"며 "이들 법인 대표가 한 사람인 경우가 많았고, 서로 특수관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이 중간 다리 업체들이 정상적인 업체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자본금과 매출 규모가 작은 신생업체의 거래규모가 최대 수조원에 이른다는 점에 의구심을 가졌다. 이 부원장은 "귀금속 업체가 엄청난 금액을 무역 법인을 통해 해외로 송금했는데, 매출이나 자본금이 적은 신설 업체가 거래했다는 점에서 합리적 의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흘러간 해외법인들이 속한 국가는 홍콩·일본·미국·중국이었다. 거래 규모만도 홍콩 25억달러(3조2000억원), 일본 4억달러(5200억원), 미국 2억달러(2600억원), 중국 1억2000만달러(1500억원)였다. 이준수 부원장은 "홍콩으로 빠져나간 거래 규모가 제일 컸다"며 "해외법인과 국내법인의 소유자가 동일 인물인지는 검사 영역 밖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가상화폐 규제가 약한 한국을 통해 자금 세탁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제 투기꾼들이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귀금속 업체 등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해외로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 법인들은 자금 조달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설립된 지 약 1년이 된 작은 기업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거래 규모가 일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홍콩, 중국 등으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자금 출처가 중국계 자본인 점도 배제할 수 없다"며 "상대적으로 가상 화폐 규제가 약한 한국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거래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상 송금거래를 진행한 법인에 대해 증빙서류와 송금자금 원천 확인 등을 파악중이다. 파악된 내용은 검찰과 관세청에 공유하고 있다. 아울러 외화송금 업무를 취급한 은행에 대해서도 외국환업무 취급과 자금세탁방지업무 이행의 적정성 여부를 점검중이다. 은행이 외환거래 취급시 입증서류를 제출받아 제대로 확인했는지, 자금세탁행위가 의심되는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했는지(STR) 등을 집중 조사중이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