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차보험 손해액만 1620억원 추정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호우가 집중된 지난 8일부터 17일 오전 10시까지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손보사 12곳에 접수된 침수 차량은 1만1488대, 추정 손해액만 1620억원에 달한다. 이중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개 대형 손보사의 경우 접수된 침수 차량이 9765대, 추정 손해액은 1377억원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보험업계가 침수사고로 인한 손실을 분산할 수 있는 만큼 차보험 판매사들이 입는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보험사들은 집중호우와 같은 천재지변에 대비해 재보험사의 초과손해액재보험 상품을 가입하는데, 해당 상품으로 일정 손해액만 부담하면 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화재는 지난 11일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수도권 집중호우로 511억원 수준의 손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점쳐진다"며 "단 재보험사에 XOL(초과손해액재보험) 상품을 가입한 만큼 피해액 가운데 145억원만 커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불이라든가 풍수해 발생 원인이 지구 전체 차원에서 벌어지는 기상이변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지정학적인 위기도 상존하는만큼 이것만으로 자연재해가 정점이 온다던지 끝날 것이다고 섣불리 판단하기가 쉽지않다. 그동안 풍수해 피해 면적도 5년 동안 5배 이상 늘었다. 최근 독일의 뮌헨재보험사는 올해 상반기에 추정된 기후 위기에 따른 피해액만 약 85조원 정도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1970년대와 비교하면 이미 8배 정도가 늘어난 액수다.
비상회의서 이상기후 현상 대책 논의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 생활 바로 옆에 와 있다. 보험사들이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각종 대비책을 마련한다고 분주하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왜냐하면 기후 위기는 벌써 시작됐기 때문이다. 피해액도 점점 더 늘어나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의 추정액이 약 1000억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사들도 부랴부랴 비상회의를 열고 당장 해야 할 것, 앞으로 발생할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대책도 함께 논의했다. 보험사들은 굉장히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보험은 특성상 긴 시간 동안 통계를 누적해 요율을 산정하고 리스크를 계산한다. 지금 벌어지는 수해나 풍수해 같은 것들은 기후 위기와 관련이 있다. 이 전에 산정했던 요율이나 적용범위등을 놓고 고민중이다
"기후변화 업계 최대 위협 요인 될 것"
일부 보험사 관계자들은 '기후변화가 업계 최대 위협 요인이 될 것이다'고 전망한다. 기후변화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어떤 산업에서 얼마나 피해 입힐지, 또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도 진단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보험사의 과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이상기후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다며 해외 보험사들의 정책이 표본이 될 수 있으니 참조하라고 조언한다. 장기적으로 보험업의 패러다임 변화도 요구된다는 것이다.
현재 보험업계가 가진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보험요율 자체를 산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공 부문하고 민간 부문하고 협조하는 게 보험사들에게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하반기 손해율은 태풍 발생 등 기후적 요인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만큼 하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추이를 면밀히 살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 잘 발생하지 않았던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세계적 현상이다.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대응할 수 없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