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3.3원 상승한 1428.0원으로 출발했다. 다만 9시 35분 경 1430원선을 회복한 상태다.
이날 환율 변동의 주재료는 전일 대비 추가된 주요국 통화 약세 이슈들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실시된 조기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의 과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해당 연합은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 마테로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극우정당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등 세 정당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특히 멜로니 대표는 이른바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는 '포스트 파시스트 운동'의 핵심 인사다. 이런 극우정권의 출현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EU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유로화 가치는 1유로당 0.9633달러까지 추락한 상태다.
여기에 엔화는 미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금리 격차에 현재 달러당 144.42엔까지 절하됐다. 이런 주요국 통화 약세에 달러 인덱스는 현재 113.688포인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파운드화가 소폭 반등했다는 점은 달러 강세를 지연시켰다.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며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하자, 영란은행(BOE)은 전일 성명문을 통해 "금융자산의 상당한 가격 조정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중단기적으로 정책 목표 물가인 2%대로 회복하기 위해 금리 변경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환율은 영국과 이탈리아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1430원대 안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영국의 새 내각과 BOE 간 정책적 공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감세안은 영국 고물가에 기름을 부었고, 파운드 약세 심화됐다"며 "BOE의 금리인상 시나리오는 미 국채금리 상승과 유럽 경기침체 가속이 전제됐다. 강달러 압력은 단기간 일소되기 어려울 것이며, 역외 달러 롱플레이는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유럽의 경기 저점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상황에 달러 고점 인식 역시 희미해졌다"며 "이탈리아 멜로니 총재 당선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우려 역시 금일 환율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