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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국민투표] '탈퇴냐, 잔류냐'…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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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국민투표] '탈퇴냐, 잔류냐'…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 남성이 23일(현지시간) 이스트옥스퍼드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찬반 중 어디를 선택할지 결정하기 위한 주사위를 던지고 있다. 옥스퍼드타임스는 이날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시작됐지만 막판까지 찬반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라면서 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위한 특별한 주사위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 뉴시스 (옥스퍼드타임스 인터넷판) 이미지 확대보기
한 남성이 23일(현지시간) 이스트옥스퍼드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찬반 중 어디를 선택할지 결정하기 위한 주사위를 던지고 있다. 옥스퍼드타임스는 이날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시작됐지만 막판까지 찬반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라면서 "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위한 특별한 주사위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 뉴시스 (옥스퍼드타임스 인터넷판)
[글로벌이코노믹 조은주 기자] '탈퇴냐, 잔류냐'. 영국의 운명을 가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23일(현지시간) 영국 전역에서 일제히 시작되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영국으로 쏠리고 있다.

이제 영국의 운명은 4600만 명의 영국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이들은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합니까'와 'EU를 떠나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남아야 한다(Remain)'와 '떠나야 한다(Leave)'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영국 여론은 투표 직전까지도 찬반 양론으로 엇갈리며 예측 불허의 양상을 띄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전날 더타임스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 응답이 51%로 '탈퇴'(49%)보다 2%포인트 앞섰다. 또 데일리메일이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가 48%로 '탈퇴'(42%)와 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반면 오피니움 조사에서는 EU 탈퇴(45%)가 EU 잔류(44%)를 1%포인트 앞섰고 TNS 조사에서는 EU 탈퇴(43%)가 EU 잔류(41%)보다 2%포인트 앞섰다.

가장 최근 실시된 파이낸셜타임즈(FT)의 여론조사에서도 '잔류'가 47%로 '탈퇴'(45%)를 겨우 2%포인트 앞질렀을 뿐이다.

이에 영국 내에서는 이번 투표가 '쪼개진 영국', '사상 최악의 국민투표'라는 자성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캠페인이 분노와 혼란, 분열 만을 남겼다고 평가하고 투표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영국 앞에는 엄청난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AP 통신은 찬반 양측이 거짓말로 상대를 비난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양쪽 모두 사실을 호도하는 행위만 일삼았다고 비난했다.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일반 대중의 50%, EU 잔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70%가 이번 국민투표가 영국 사회를 더 분열시켰다고 답했다.

◇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이번 투표에서 잔류 지지가 70% 이상으로 나오면 런던 금융시장의 불안감 해소, 파운드화 안정 등의 기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반대로 브렉시트가 단행될 경우엔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사국인 영국 증시와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이는 유럽 증시와 미국증시, 아시아 증시에도 줄줄이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로 향후 15년 뒤 영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EU에 잔류했을 때보다 3.8~7.5% 감소하고 1인당 GDP 역시 1100~2100 파운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EU 탈퇴시 장기적으로 300억파운드(약 50조원)의 재정이 구멍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하면 최고 등급 트리플A(AAA)인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단기간에 강등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최근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영국 뿐 아니라 EU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 역시 지난 3월 브렉시트가 불확실성을 높이고 중기적으로 영국 경제성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고했다.

'탈퇴냐, 잔류냐'. 영국의 운명을 가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23일(현지시간) 영국 전역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투표를 마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부부가 투표소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탈퇴냐, 잔류냐'. 영국의 운명을 가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23일(현지시간) 영국 전역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투표를 마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부부가 투표소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 각국, 영국에 'EU 잔류' 한목소리

세계 각국은 일제히 EU 잔류를 호소하며 투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차관은 전날 중국 샤먼에서 열린 재무차관 및 중앙은행 부총재 회의에서 브렉시트로 인한 시장 불안에 대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합의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백악관을 포함한 미국 정계가 투표 결과가 브렉시트로 결정 날 경우 미국 경제와 외교정책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도 전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브렉시트 투표가 우리(미국)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관방 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EU 탈퇴는 영국 국민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투표 결과가 "금융이나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시장의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바이밍 연구원은 "브렉시트는 유럽 부채위기에서 회복하는 유로존 경제를 다시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은 전날 "홍콩이 고도로 개방되고 국제화된 소규모 경제체제여서 비교적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표는 같은 날 오후 10시(한국시간 오전 6시)에 종료된다. 공식 출구 조사는 실시되지 않는다. 개표는 영국 내 382개 개표소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결과는 다음날인 2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오후 1시), 개표가 90% 이상 완료된 시점 쯤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은주 기자 ej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