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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핫이슈] 트럼프 효과로 미·일·유럽 인플레 기대심리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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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핫이슈] 트럼프 효과로 미·일·유럽 인플레 기대심리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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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공약을 내걸면서 미국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채 잔고는 피크였던 7월에 비해 30% 가까이 줄어 들었다.

특히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과 유럽 등에서는 수익률이 플러스 전환되는 국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금융완화가 금리를 눌러왔지만 이제는 인플레 기대심리가 금리를 끌어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건 법인세 감세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경제정책을 둘러싼 기대가 높아지면서 신흥국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재검토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최대 피해국인 멕시코 페소의 경우 미 대선 이후 달러 대비 11% 하락하는 등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높은 수출관세를 부과할 경우 멕시코 경제에 빨간불이 켜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제일주의’와 ‘보호주의 무역’ 등 신고립주의 카드를 던지며 각종 규제 완화·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는 대선 승리 후 “도로와 교량, 공항 등의 인프라 사업에 10년간 5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 가량을 지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수백만 명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률을 2배로 끌어올려 미국 경제 부흥을 이끌겠다는 것. 일부 업계에서는 ‘트럼프=비장의 카드·믿음직한 인물’로 일컬어지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장기금리가 상승한 것도 ‘트럼프 효과’로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견조한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데다 장기금리까지 상승하는 호재가 작용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가파른 상승곡선이 그려지고 있다.

대선 이튿날 미국은 정치·경제적인 혼란이 우려되면서 시카고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다우지수가 일시적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장 마감이 가까워지며 급반등, 주말 거래가 종료되기 전 3일 연속으로 상승세를 탔다. 9일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56.95포인트(1.40%) 상승한 1만8589.69로 거래를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23.70포인트(1.11%) 오른 2163.26, 나스닥지수는 57.58포인트(1.11%) 상승한 5251.07에 각각 장을 마쳤다.
이 영향으로 2월 이래 마이너스 권에서 오가던 일본의 장기금리(10년물 국채 수익률)도 플러스로 전환됐다. 일본은행(BOJ)이 상승을 견제하기 위해 고정금리에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하는 ‘지정가 오퍼레이션’을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일단 저지되는 듯 했지만 주말 들어 금리는 다시 상승해 약 9개월 만에 고점을 찍었다. 대선 전 12년 이상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던 장기금리는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순식간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미국·독일·일본의 장기금리 추이 /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미국·독일·일본의 장기금리 추이 /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독일 역시 9년물 이상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보이던 국채가 8년물 이상에서도 플러스 전환되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마이너스였던 9년물이 플러스로 부상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스위스가 유일하다.

메릴린치 일본 금리 전문가는 “최근 주요 23개국의 마이너스 금리 국채 잔고는 6조달러(약 7110조6000억원)”라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마이너스 추이를 보이던 7월의 8조3000억달러(약 9836조원)에 비하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전체 국체 잔고에서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6%로 7월에 비해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이는 트럼프 당선자의 대규모 감세 정책과 인프라 투자 등 재정정책에 개편이 일 것으로 기대되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정책이 아직 미지수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선에서 내건 정책을 모두 실행으로 옮길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

한 전문가는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미국 경제성장의 밑그림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인플레 기대는 다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시 마이너스 금리가 판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