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도로와 교량, 공항 등의 인프라 사업에 10년간 5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가량을 지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수백만 명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률을 2배로 끌어올려 미국 경제 부흥을 이끌겠다는 것.
한 미국 경제 전문가는 트럼프 당선 후 “트럼프 당선인의 규제완화, 인프라 투자, 보호주의적 통상정책이 미국의 주가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 월가의 채권왕인 야누스 캐피털의 빌 그로스는 최근 “트럼프 당선으로 촉발된 시장의 상승세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빌 그로스가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세금 감면과 인프라 투자, 규제 완화 약속만 기대하고 오판을 내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현금이나 현금 대체재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의 경기부양책이 달러 강세와 반(反) 세계화 대외정책, 고금리에 따른 부채 증가로 인해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지만 최근 시장의 흐름은 정 반대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되는 다우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미국 10년물 채권은 올 1월 이래 10개월 만에 2%대를 찍었다. 수익률의 상승은 채권값 하락을 뜻하는데 업계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연말에는 국채금리가 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감세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가 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대량 발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채권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채권 투자자들이 보유 채권을 매도하는 행렬이 순식간에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금리 상승은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 대출자들의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모기지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가계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은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높이고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하면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정권의 인프라 투자로 미국 산업계의 대폭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고속도로망 정비 계획’ 이후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력·도로·항공 등 폭 넓은 분야에서 기회가 생겨날 것”이라며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는 “지금처럼 기업·연방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한 때는 없었다”며 “하지만 불행히도 이번 선거에서는 무엇이 문제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취임을 한 달 여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기업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