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시장을 지배했던 낙관적 시각이 사라지고 중장기 리스크 시나리오가 주목을 받으며 ‘신용 버블’ 반전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해 ‘멋지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계감이 강해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랠리가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규제 완화와 재정 확장 정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지난주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이뤄지지 않아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취임 이후를 기대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 역시 “미국 의회에서 재정 정책은 뒷전으로 밀린 채 현행 의료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 폐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프라 투자와 감세 정책 실행이 늦어지면 투자금이 주식 등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사라진다는 것.
여기에 트럼프 정권이 대형 감세와 재정 확대를 실현하더라도 그것이 ‘신용위기’라는 또 다른 리스크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바로 이것이 채권 시장을 비롯한 주식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중장기 리스크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 관계자는 “신용에는 팽창과 수축의 ‘10년 주기설’이 있는데 오는 2018년 신용경색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말 ‘IT버블’ 붕괴 후에도 미국의 대규모 금융완화가 있었다”며 “2004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후 유럽과 일본도 뒤따라 금융긴축을 시작했고, 그 결과 미국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됐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현 상태대로 미국 경기 상승세가 이어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추가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로 엔화가치는 하락하고, 반대로 달러가치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트럼프 당선인은 달러 강세를 억누르고자 일본과 유럽에 금융완화정책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일본 금융가의 입장이다.
미국과 일본의 주가지수가 ‘2만선’ 돌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극단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하지만 신문은 “미국의 경제성장 가속도가 금리 상승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