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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 부추기는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시기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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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 부추기는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시기는 언제쯤?

1년 만에 긴축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미국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적했다. 사진은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 / 사진=뉴시스
1년 만에 긴축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미국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적했다. 사진은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 /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후 최고치로 치닫던 엔화 강세·달러 약세 흐름은 일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다시 엔화 약세·달러 강세 기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1년 만에 긴축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함께 보유자산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경기 호조가 원인이지만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위원들이 추가 금리인상 시점을 점검하면서 다른 중요한 정책 결정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이라며 “연준이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담보증권(MBS)과 미국 국채 규모 축소 시점이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외환시장 관계자는 “달러 매도세는 길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로 달러 약세가 눈에 띄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과 강달러 견제 발언 등 달러 매도 재료가 시장에 나돌면서 달러가치는 약세로 돌아섰다. 취임 이튿날인 지난 1월 21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0.87로 0.30% 하락했다. 이날 엔화환율은 달러당 112엔대까지 떨어져 외환시장이 미국 경제 정세를 크게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달러 강세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방안 검토에 대해 영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자산 축소가 논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보유한 자산규모는 2007년 1조 달러를 밑돌았지만 2014년 이후부터는 세 차례 양적완화(QE)를 통해 쌓아둔 4조5000억 달러를 유지해 왔다. WSJ은 연준이 자산매입을 통한 장기금리 억제가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은 구입한 미국 국채와 MBS 가운데 만기가 도래한 것을 재투자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준이 2015년에 약 3000억 달러, 2016년에는 약 4000억 달러의 상환·재투자를 실시했다”며 “연준이 급격하게 대차대조표를 줄이기보다 만기 도래 국채나 MBS를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서히 규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투자 중단 시기와 관련 미국 월가의 프라이머리딜러(미국 정부의 공인 딜러)들은 ‘정책금리 1.38%’로 보고 있다. 뉴욕 연방은행(연은)의 12월 조사 결과 이들은 “1%가 되면 다시 투자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0.5~0.75%의 정책금리를 올해 안에 3차례 인상하겠다는 것이 연준의 중론인 만큼 연내 재투자 중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은행 역시 연준의 보유자산 평균 금리가 2.5~3%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회피를 위해 연준이 조기에 자산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이 본 궤도에 오르면 보유 채권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큰 위험성을 동반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보유채권 축소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확대시켜 국채금리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자산규모를 줄여본 적이 없어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미지수라는 의견을 내놨다.

연준의 자산규모 축소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시장에서는 자산규모 축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연준은 2013년 ‘버냉키 쇼크’를 재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2013년 5월 과도한 유동성 기대를 진정시키고자 “연내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미국 증시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증권사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초 연중 최저 수준(연 2.44%)까지 떨어졌던 금리는 5월 말에는 연 2.78%로 한 달 만에 0.34%포인트나 급등했고 6월 말에는 연 3.12%까지 치솟았다. 이 결과 미국의 1분기 금리 변동폭은 연 2.44~3.12%에 달해 증권사 ‘채권 쇼크’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뉴욕 연은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준이 향후 1년6개월간 자산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은 올해 안에 자산축소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필라델피아 연은 하커 총재 등은 연내에 기준금리를 1% 이상으로 올린 후 자산규모 축소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WSJ은 “어쨌든 연준은 재투자 중단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2조7000억 달러의 자산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니혼게이자이는 “연준 내부에서 재투자 중단에 대한 발언이 잇따를 경우 추가 금리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미국과의 금리차가 벌어지면 엔화 약세·달러 강세 움직임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