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제약회사 대표들에게 약값을 내리라고 압박을 가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이 몇 년 동안이나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어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일본의 외환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며 “다른 나라는 통화 공급과 통화 약세 유도 면에서 유리한 입장”이라며 “중국과 일본은 환율을 조작하고 환율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엔화 약세·달러 강세 현상의 원인이 일본의 환율 조작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며 “‘통화 공급’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겨냥하는지 불분명하지만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정책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중국과 함께 일본을 ‘심각한 무역 불균형 국가’로 지적했지만 취임 후에는 환율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일본과의 자동차 무역이 불공평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고용’을 돌파구로 삼을 계획이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뒤통수를 때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환율·자동차 무역 등에 대한 발언을 했지만 트럼프의 관심이 더 높을 것으로 여겨졌던 ‘일자리 창출’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NHK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통화 약세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지만 일본은 환율 약세를 유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 역시 “아베 정권 출범 후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 영향으로 엔화가치가 하락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본은 2011년 이후 엔화 강세를 시정하기 위해 환율 약세를 유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엔저 유도’ 발언이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피 시나리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유로화 절하를 문제 삼으며 독일에 공격을 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바로 위원장은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며 “유로화 가치 절하가 독일의 교역에 득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외환시장 때리기가 시작되면서 각국 정부는 또 다른 ‘트럼프 리스크’가 올 수 있다는 우려에 빠졌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