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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중국, 코로나19 진원지라는 불편한 진실 가짜뉴스로 왜곡해 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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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중국, 코로나19 진원지라는 불편한 진실 가짜뉴스로 왜곡해 유포

중국 의사 리원량은 코로나19의 위험을 최초로 알렸다가 '유언비어(루머) 유포' 혐의로 공안에 끌려갔고 2월 7일 사망했다. 중국 시민들은은 그가 괴담유포자가 아닌 영웅이라고 부르며 '휘파람 노래'로 애도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의사 리원량은 코로나19의 위험을 최초로 알렸다가 '유언비어(루머) 유포' 혐의로 공안에 끌려갔고 2월 7일 사망했다. 중국 시민들은은 그가 괴담유포자가 아닌 영웅이라고 부르며 '휘파람 노래'로 애도했다. 사진=로이터
헛소문이라는 단어 '루머'는 시민들에게 코로나19의 확산을 처음으로 알린 리원량(李文亮) 의사가 중국 당국에 의해 유언비어를 퍼트린 죄로 처벌받은 이후 중국에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루머는 허위정보 유출이 아닌 당국이 숨기려고 하는 불편한 진실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이를 검열하는 정부에 신뢰를 잃은 시민들이 외치는 언론의 자유를 상징한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 유명한 인용문의 메시지는 "루머는 우리 시대보다 훨씬 앞선 예언"이라는 것이다. 이 문구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루머'를 퍼뜨린 사람들은 위협 또는 처벌을 받는다며 정부의 검열에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시민들은 리원량을 포함한 8명의 의료인들의 경고를 들었다면 치명적인 코로나19의 발발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루머 유포죄로 공안에 끌려간 리원량 의사는 동문 채팅방에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7건의 사스와 유사한 원인불명의 폐렴환자가 확진되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곧 관할파출소에 불려가 소문유포의 위법행위로 '훈계서'에 서명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 지난달 7일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이에 우한시 공안국은 2020년 1월 1일 "8명의 가짜뉴스 전파자를 법에 따라 처벌했다"고 전국 매체에 발표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리원량의 소위 '가짜뉴스'가 사실은 '진실'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정부의 발표는 신뢰성을 크게 잃어버렸고,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중국측에서 생물학 무기로 만들었다는 주장 등 국제 사회에 코로나19 음모론이 확산됐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가짜루머의 유포에 대항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월 말 전세계가 공중 보건 위기에 빠지자마자 바이러스는 자연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만든 것이라는 모호한 프린지 이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중앙 정부가 운영하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쉽게 전염되는 병원체를 연구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관련한 3가지 소위 '가짜뉴스' 중 첫번째는 연구원이 본인이 연구하던 박쥐에 물려서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0호 환자'(통계에 잡히지 않은 최초감염자라는 의미임)인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황얜링(黃燕玲) 여성연구원이 바이러스 실험도중 부주의로 감염된 후 다른 사람에게 전파했고, 그녀는 이미 사망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연구개발된 생화학무기이며 고의로 누출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박쥐바이러스 연구책임자는 SNS에 자신의 삶을 걸고 연구소와 바이러스 확산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글을 올렸지만 소문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2주 후 연구소는 모든 소문을 열거하고 반박하는 또 하나의 포괄적인 성명서를 발표했으나 의혹은 계속 확산됐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 소속 병리학자 찰스 캘리셔 등 전세계 27명의 과학자는 지난 19일 의학 전문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코로나19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됐고 음모론을 규탄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압도적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국인들은 당국이 코로나19 발원지 사실을 은폐하려는 공작이라며 확신을 갖지 못했다.

지난달 내몽골의 한 남자는 코로나19가 미국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유전자 무기라는 소문을 퍼뜨려 10일 동안 구금됐으며 500위안(약 8만5000원)의 벌금을 물었다. 국영 텔레비전에서 방송된 그의 구금을 지켜본 시민들은 루머 유포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면서 정부의 루머 은폐여부에 더 확신을 가졌고 루머공유는 계속됐다.

또 다른 새롭고 근거없는 변형주장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공 생물 무기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시즌 독감으로 사망한 것으로 생각되는 많은 미국인들이 실제로 코로나19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극한의 음모 이론가들이 모든 나라에 있지만, 중국 정부는 잘못된 검열로 대중의 신뢰를 잃어 루머들에 대처하기 훨씬 어려워진 건 분명하다.

웨이보의 한 중국시민은 "정부와 언론의 신용이 무너지는 것은 그들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시민들에게도 큰 고통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실망과 분노에 대해 불쾌한 진실에 신속한 반박은 리원량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고, 내부고발자를 위해 시민들은 호루라기 퍼포먼스를 벌이며 전국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검열통제 시도는 두 배로 줄었으나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한에서 비판적 보도를 해온 시민기자 천추스 또한 실종됐는데 그의 가족은 이후에 그가 강제 격리되었다는 경찰당국의 통보를 받았다.

지난 몇 주 동안, 중국 소셜 미디어는 당국의 선전과 검열에 분노로 불타올랐으며 검열자들은 이를 처리하기위해 매일같이 초과근무를 했다.

"솔직히 말하면 소문을 없애지 않는 것이 좋다. 소문이 반박되는 것을 볼 때 나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가정할 것이다"라고 웨이보 사용자는 말했고 이 또한 곧바로 검열 대상이 되었다.


김수아 글로벌이코노믹 유럽 통신원 suakimm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