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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채 급증’ 파키스탄‧스리랑카 구제금융 지원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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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채 급증’ 파키스탄‧스리랑카 구제금융 지원 주저

시진핑의 일대일로 정책 조정 불가피

중국이 최근 부채가 급증한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주저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최근 부채가 급증한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주저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중국이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스리랑카·파키스탄을 구제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 조정을 시사하는 것이다. 베이징은 채무국들의 정치적 혼란을 기다릴지도 모른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은 중국이 ‘부채 외교’를 통해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중국에 더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심각한 재정상황에 직면한 중국의 우방인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의 사례는 시진핑 중국 정부가 수표책을 꺼내는 것을 점점 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파키스탄이 3월 ​​말 상환한 총 40억 달러 규모 차관을 재발행하겠다는 약속을 여전히 이행하지 않았으며, 스리랑카의 25억 달러 신규지원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중국은 양국을 돕겠다고 약속했지만, 보다 신중한 접근은 시진핑의 대표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의 조정과 혼란스러운 다른 국가의 국내 정치상황에 개입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을 반영한다.

파키스탄 의회가 전임 크리켓 스타(cricket star) 임란 칸(Imran Khan) 전임 총리를 퇴출시킨 후 월요일 새로운 총리를 선출했으며, 스리랑카의 지도자는 시위대로부터 사임압력에 직면해 있다.

크리켓은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에서 주로 하며, 11명으로 이뤄진 두 팀이 벌이는 야구 비슷한 경기이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NTU) RSIS 선임연구원 라파엘로 판투치(Raffaello Pantucci)는 “베이징은 지난 몇 년 동안 외부 대출을 재고해 왔다. 중국 은행이 상환 전망이 상당히 제한된 국가에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는 집 안의 경제 상황이 빡빡해지고 지출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돈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적었다”라고 말했다.
RSIS(S. Rajaratnam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는 싱가포르NTU내 자율적인 대학원이자 정책 지향 싱크 탱크이다. 학교 이름은 싱가포르의 전 부총리인 故人 신나탐비 라자라트남(Sinnathamby Rajaratnam)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중국은 현재 2020년 초 이후 최악의 코로나 발병을 억제하기 위한 폐쇄로 상하이와 선전의 기술 및 금융 허브를 폐쇄하면서 자체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최근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분석가들이 공식 성장률 목표치 5.5%가 이제 위험에 빠졌다고 경고하면서 자국 지방 당국에 정책을 시행할 때 “긴급감을 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 최대의 정부 채권국이 되었으며, 국유 정책 은행은 최근 몇 년 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보다 개발도상국에 더 많은 대출을 제공했다. 특히 팬데믹이 빈곤 국가의 부채 문제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일부 대출의 조건과 규모에 대한 불투명성이 비판을 받았다.

이번 주 베이징에 주재한 스리랑카의 최고 외교관은 중국이 7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중국 차관을 상환하기 위한 10억 달러를 포함하여 중국이 신용지원을 할 것으로 “매우 확신한다”라고 주장했다. 스리랑카 팔리타 코호나(Palitha Kohona) 대사는 이 과정이 종종 몇 달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경기장에 나가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중국은 뭔가를 매우 빠르게 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요 채권국이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남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있다. 중국의 해외 대출을 연구하는 중국 상하이의 한 학자는 당국이 정책 은행을 포함한 금융 기관의 위험 관리를 강조함에 따라 새로운 신용 한도를 승인하기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학자는 언론과의 대화 규칙 때문에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했다.

시진핑 주석은 11월 일대일로 고위급 심포지엄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시 주석은 “위험 예방 및 통제 시스템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작지만 아름다운’ 프로젝트를 대외 협력의 우선 순위로 만들고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곳을 피하라”라고 요청했다.

이달 초에 중국이 후원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의 진 리췬(Jin Liqun) 총재는 스리랑카가 코호나와의 회의에서 IMF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권고했다.

경제 외교를 연구하는 로디움 그룹의 중국 매크로 및 정책 팀(Rhodium Group’s China Macro & Policy team) 수석 애널리스트 매튜 밍게이(Matthew Mingey)는 중국 개발 은행이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으며 “스리랑카의 연기 요청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신용 조건이 그들을 더 쉽게 만들고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 스리랑카는 IMF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스리랑카는 화요일 필수적인 식량과 연료 수입에 필요한 달러를 보존하기 위해 외채 지급을 중단한 후 IMF와의 협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 재무장관이자 집권여당 대표인 미프타 이스마일(Miftah Ismail)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새 정부는 경제 안정을 위해 IMF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스리랑카 포인트 페드로 개발 연구소(Point Pedro Institute of Development)의 수석 연구원인 무투크리슈나 사르바난탄(Muttukrishna Sarvananthan)은 “중국의 재정지원이 거의 항상 특정 프로젝트에 묶여 있기 때문에 국제수지 위기에 처한 두 나라를 지원할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은 제한적이다. 중국의 내정 불간섭 정책은 국가들이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종류의 조언을 제공하는 것을 막는다”고 꼬집었다.

사르바난탄은 “IMF조차 파키스탄과 스리랑카 양측의 지원 요청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매우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침몰하고 있는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에 대해 중국과 국제 금융기관 중에 어느 쪽이 먼저 돈을 쏟아 부을지 주목된다”라고 언급했다.


김세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