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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최대 피해자는 개도국…채무불이행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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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최대 피해자는 개도국…채무불이행 현실로

파키스탄, 스리랑카, 이집트 등 개발도상국들은 코로나 팬데믹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채무가 한층 악화돼 비상이 걸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파키스탄, 스리랑카, 이집트 등 개발도상국들은 코로나 팬데믹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채무가 한층 악화돼 비상이 걸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개발도상국 전반에 걸쳐 빚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많은 부채를 지고 있는 여러 각국 정부가 대출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많은 신흥 시장 정부가 외국 채권자에게 부채 상환을 하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시장을 흔들고 세계 경제 회복을 약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국가 중 수많은 국가는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낮고, 코로나 19관련 비용이 상승한 지난 2년 동안 엄청난 부채를 축적했다. 그런 다음 러시아의 이웃 국가 침공과 서방 제재로 인해 많은 주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시기에 식량, 에너지 및 기타 가격이 치솟았다.

이제는 이슬라마바드에서부터 카이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부 관리들은 계속되는 대유행 외에도 수입 가격 상승과 부채 고지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요일 스리랑카는 외채상환을 중단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스리랑카 재정부는 관광 수입에 타격을 준 우크라이나 전쟁과 전염병으로 인해 지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IMF 패널 토론회에서 하버드 대학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는 “채무불이행이 있을 것이다. 위기가 올 것이다. 이와 같은 충격이 가해지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현재 어떤 제도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에 대해 검토해 온 것은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었지만,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들에게 점점 더 현실이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IMF는 현 시점에서 글로벌 부채 위기를 예측하고 있지 않지만 셀라 파자르바시오글루(Ceyla Pazarbasioglu) IMF 전략·정책·검토 국장은 “우리가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월요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와 세계은행의 춘계회의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하고 있는데, 파자르바시오글루는 여기서 채무 해결의 틀을 확대하고 가속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 정부·기업·가계의 전 세계 차입금을 합하면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256%로 28% 증가했다. 이는 20세기 전반기에 있었던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이후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부유한 국가들은 여전히 ​​낮은 금리와 견조한 경제 성장 덕분에 늘어나는 부채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많은 개발도상국은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IMF에 따르면 저소득 국가(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 국가중 부채 상환 유예 프로그램 지원 자격을 갖춘 약 70개국)의 약 60%가 부채 곤경의 위험이 높거나 이미 2020년에 곤경에 처해 있었는데, 이는 2015년 30%에서 증가한 수치이다.

국가가 재정적인 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부채 구조 조정이 필요한 경우 부채는 부실한 것으로 간주된다.

곤경에 처한 채무국을 돕기 위한 노력은 최근 몇 년 동안 개발도상국 대출에 경험이 부족한 새 채권자가 진입하면서 복잡해 졌다. 저금리 시장에서 고수익을 내기 위해 연기금과 사모펀드, 국유 금융기관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고수익 국채에 몰리고 있다.

IMF에 따르면 73개국의 대외 부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2%에서 2020년 18%로 급증했으며 민간 부문 대출은 3%에서 11%로 증가했다. 한편, IMF와 세계은행과 같은 다자간 기관과 대부분 부유한 서방 정부의 ‘파리 클럽’ 대출 기관과 같은 전통적인 대출 기관의 몫은 83%에서 58%로 떨어졌다.

글로벌 은행 대표 기관인 국제금융 연구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글로벌 정책 이니셔티브 담당 이사 소냐 깁스(Sonja Gibbs)는 “누가 부채를 소유하고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모든 사람을 테이블에 끌어들이고 효율적 구조 조정을 수행하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취약한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위험의 가장 극명한 두 가지 예는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이다. 둘 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확대되는 정치적 위기에 빠져 있다.

이들 국가 중앙은행 데이터, 애널리스트, IMF에 따르면 외환보유고가 1~2개월치 수입액만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감소했다.

스리랑카의 경제 붕괴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정전사태, 의약품 및 요리용 가스와 같은 기본 물품의 심각한 부족에 대한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

글로벌 데이터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2월 스리랑카 연간 인플레이션은 17.5%를 기록했다. 인프라 프로젝트와 관련된 공공 부채는 지난 10년 동안 급증했다. 올해 만기가 되는 부채 상환액은 총 70억 달러이며 10억 달러의 채권은 7월에 만기가 된다. 그러나 이 나라의 외환보유고는 23억 달러에 불과하다.

파키스탄의 IMF 지원 프로그램은 2월 말 임란 칸(Imran Khan) 전임 총리가 이 기관승인 없이 15억 달러의 연료 및 전기 보조금 계획을 발표한 후 보류되었다. 칸은 4월 9일 급등하는 생활비로 정치적인 반대자들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쫓겨났다. CEIC에 따르면 파키스탄 소비자 물가는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3월에 12.7% 상승했다.

이집트 경제는 또한 관광 부문에 대한 팬데믹의 타격과 러시아의 침공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과 외국인들의 투자 기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IMF 지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통화를 14% 평가절하했다. 이집트는 이전에 외국 투자자들에게 부채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통화를 단단히 쥐고 있었다.

런던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신흥 시장 분석가인 제임스 스완스톤(James Swanston)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환점이었다. 그들은 외부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해 통화 가치를 절하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집트는 빈곤 증가와 노동력 참여 감소 등을 포함하여 장기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나라는 2016년부터 IMF로부터 약 200억 달러를 차입했으며, 1980년대 이후 IMF 원조에서 아르헨티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20년과 2021년 이집트 정부는 수입의 40% 이상을 부채 상환에 사용했으며 2022년에도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의 통화 평가절하 직후,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이집트에 22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속했고,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1억 유로를 이집트에 지원했다. 경제학자들은 이집트가 IMF 지원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튀니지는 최근 식료품 선반에 설탕, 밀가루 및 기타 중요한 식품이 비워지고 정부가 공무원에 대한 급여 지급을 연기하면서 도움을 구하는 또 다른 경제이다. 정부는 지난달 세계은행으로부터 4억 달러자금을 지원받았고 IMF로부터 생명줄을 확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S&P Global Ratings)의 국가 신용 평가 최고 분석 책임자인 로베르토 시폰-아레발로(Roberto Sifon-Arevalo)는 “거의 모든 주권국가가 2008년 당시보다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지금 모든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는가? 그런 말 한적 없다. 하지만 몇몇 주권자들은 정말로 매우 어려운 입장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세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