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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군, 우크라 침공으로 ‘당분간 회복 불가’ 전력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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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군, 우크라 침공으로 ‘당분간 회복 불가’ 전력 손실

우크라이나 “궁지 몰린 푸틴, 내달 9일 전면전 선포 가능성”



영국 국방부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러시아군 전력 현황 보고서. 사진=영국 국방부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국방부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러시아군 전력 현황 보고서. 사진=영국 국방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결정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여파로 러시아의 군사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이 푸틴 대통령의 예상과 다르게 고전을 겪으면서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못한채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3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69일차로 접어든 상황이다.

◇전력 현대화 해놓고도 전략수립·실행 실패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지난 2일 발표한 러시아군 전력에 관한 현황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감행한 결과로 러시아의 군사력이 물리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상당한 수준으로 약화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러시아군의 전력이 회복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러시아의 재래식 군사력이 앞으로 오랜 기간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러시아는 지난 2005년부터 2018년까지 국방비를 두배가량 늘려 육·해·공 군사력의 현대화에 대대적으로 나섰음에도 우크라이나 전투에서 승기를 잡지 못했다”면서 “전력을 현대화시켰음에도 군사전략 수립과 실행 과정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결과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제압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사 장비를 비롯한 군 전력을 현대화시켰지만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도 실행하지도 못한 결과 단기간에 우크라이나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전이 장기화되고 있는 배경에 우크라이나군의 결사 항전 못지않게 러시아군 스스로의 잘못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

특히 보고서는 “러시아군의 전략 약화는 향후 수년간 회복되지 못한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의 정보 수장인 키릴로 부다노프 국방부 정보국장도 이날 우크라이나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자국군의 위대함을 드러내기 위해 러시아군 현대화 프로젝트에 돈을 퍼부었으나 현재까지 러시아군과 싸운 경험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어떤 점에서 위대해졌는지 모르겠다”고 조롱했다.

◇우크라 투입된 러시아군 4분의 1 이상 전투력 상실


영국 국방부 보고서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러시아군 소속 120개 전술대대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전투수행 능력을 잃을 정도로 전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침공 초기부터 투입된 러시아 지상군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 2월말 침공 이후 러시아 공수부대가 입은 전력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발생한 러시아군 전사자는 2만3800명으로 추산됐고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전사자는 최대 3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 우크라전 장기화로 궁지 몰려


러시아군은 예상보다 큰 병력 손실 때문에 신규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차출해야 하지만 이 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다노프 정보국장은 우크라이나전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투입할 병력을 추가로 징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으나 징집 대상자들이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되는 것을 꺼려 징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당초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투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침공을 밀어붙였으니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다노프 정보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병력 징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달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전승절)을 기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핵무기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공화당 소속의 밥 메넨데즈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난주말 폭스뉴스에 출연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예상 밖으로 선전하고 있는 결과가 역설적이게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하여금 체면을 지키기 위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예상 밖의 고전을 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러시아 국내 여론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74%를 기록했다. 한달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 여론 81%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