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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정책 실패‧족벌 권력 체제 탓에 '경제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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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정책 실패‧족벌 권력 체제 탓에 '경제 파탄'

정부 명령을 받은 병력들에게 물대포를 맞고 있는 스리랑카 시위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정부 명령을 받은 병력들에게 물대포를 맞고 있는 스리랑카 시위대. 사진=로이터
스리랑카는 1948년 독립 이후 최대의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져 경제 붕괴위기에 처해 있다. 족벌 권력과 잇따른 정책 실패는 스리랑카 경제 파멸의 중요한 원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채무 덫 외교' 탓으로 돌렸지만 위기의 원인은 무궁무진하다.

인구 2200만 명의 섬나라 상업 수도는 콜롬보이다. 이 도시의 인플레이션은 소비자 물가 지수의 전년 대비 변화로 측정한 결과 3월의 18.7%에서 4월에 29.8%를 기록했다. 2019년 말 76억 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이 18억 달러로 급감하면서 수입연료와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스리랑카 알리 사브리(Ali Sabry) 재무장관은 지난 4월 임명된 이후 "우리는 더 일찍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4일 국회에서 "2년 이상 경제적 어려움을 견뎌야 한다"고 덧붙였다.

4월 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스리랑카 정부는 경제 혼란에 분노한 시민들의 증가하는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5월 6일 이 조치를 재개했다.

스리랑카의 마힌다 라자팍사(Mahinda Rajapaksa) 총리는 5월 9일에 사임을 발표했지만 시위는 진정되지 않았다. 시위대는 그의 동생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 대통령 사임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위기는 2019년 4월 콜롬보와 다른 도시에서 폭탄 테러로 시작되어 250명 이상이 사망하고 국가 중요 관광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19의 확산은 그 곤경을 더욱 심화시켰다.

관광객이 이 나라를 떠나고 해외에서 근무하는 약 150만 명의 스리랑카 노동자들의 송금이 급감하면서 외화 유입이 급감했다. 이 나라는 또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의 타격을 받았다.

마지막 지푸라기는 수입 비용 상승, 외환 보유고 감소, 공급 부족 및 높은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촉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상품 가격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중국의 '부채 덫 외교'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 외교가 개발도상국을 막대한 차관으로 덫에 걸리게 하려는 중국의 목적이라고 비난한다. 대표적인 예가 2017년 중국에 부채 면제 대가로 스리랑카 남부의 함반토타(Hambantota)항을 사용하기 위해 부여한 99년 임대이다.

스리랑카 정부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중국 부채는 전체 외부 차입의 약 10%를 차지하며 이는 일본에 대한 부채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중국 정부의 대출만 포함하고 중국의 국영 기업에 빚진 부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리랑카 금융지원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높고 사업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익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위기의 책임이 중국에 있는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제기했다.

그러나 스리랑카는 중국에 큰 빚을 지고 있고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을 받고 있는 유일한 국가는 아니다.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부적합한 리더십이다.

라자팍사 가문은 오랫동안 스리랑카의 정치를 지배해 왔다. 2005년 마힌다 라자팍사(Mahinda Rajapaksa)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고 전직 군장교인 그의 동생인 고타바야(Gotabaya)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4년 후에, 두 사람은 북부와 동부지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타밀 반군을 진압하는 데 성공하여 26년에 걸친 내전을 종식시켰다.

시민 질서가 회복되자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도로, 철도, 항구 및 기타 기반시설에 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세계문화유산 8곳을 자랑하는 이 나라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스리랑카를 '2010년 꼭 가봐야 할 곳' 순위에서 1위 여행지로 선정하며 럭셔리 호텔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내전 종식 이후의 행복감은 소비자의 지출을 부추겼고 2012년 경제 성장률을 9.2%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마힌다는 권위주의적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0년 재선에 이어 그는 고타바야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을 주요 정부 요직에 임명했다. 그는 또한 고향인 함반토타에 항구와 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요청했다. 그러나 2015년에 그는 많은 유권자들이 그의 정부의 족벌주의와 부패, 그리고 스리랑카의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질려 3선에 실패했다.

그러나 2019년 테러 공격으로 대중이 강력한 지도자를 찾자 라자팍사 가족이 다시 권력을 되찾았다. 헌법 개정으로 마힌다가 대통령으로 3선을 시도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고타바야가 대신 출마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 후 고타바야는 마힌다를 총리로 지명하고 다른 가족들을 재정, 관개, 청소년 및 스포츠와 같은 주요 장관 직위에 임명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두 라자팍사 형제가 현재의 위기에 기여한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힌다는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는 허영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실수를 범했다. 스리랑카는 오랜 내전으로 항구와 공항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함반토타 항구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었다. 2010년 완공 이후 주로 중고차 하역에 사용됐다. 2013년 개항한 마탈라 라자팍사 국제공항은 이용하는 항공사 수가 적어 '세계에서 가장 텅 빈 공항'이라는 조롱을 받아왔다. 이러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마힌다의 기반 시설 프로젝트는 경제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리랑카는 광대한 천연 자원이나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계 공급망의 일부로서 산업 잠재력이 있다. 내전의 종식은 외국 자본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일본 대외무역기구(Japan External Trade Organization)산하 싱크탱크 개발경제연구소(Institute of Development Economics) 스리랑카 전문가인 아라이에츠요(Etsuyo Arai)는 "그러나 중국 차와 의류와 같은 전통 제품을 따라갈 수 있는 수출 품목을 개발하는 정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고타바야의 실수는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개혁보다 포퓰리즘 정책을 선택한 것이었다. 라자팍사 가족이 집권한 2016년부터 거의 4년간 스리랑카는 15억 달러 IMF 대출에 대한 대가로 수입을 늘리고 재정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구조 개혁을 추진했다. 2019년 취임한 고타바야는 세금 감면을 추진함으로써 이 정책을 뒤집었고, 이로 인해 정부 수입은 5000억 스리랑카 루피(13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고타바야는 또한 '유기농업을 촉진'하기 위해 화학비료 수입을 금지했고, 이는 국가의 중요한 차와 쌀 수확을 파괴했다. 또한 그는 세금 인상 요구가 두려워 현재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IMF의 지원을 더디게 구했다.

그러나 스리랑카는 이미 부채상환에 실패하여 '디폴트' 상태다. 라자팍사 가족이 처벌받지 않고 행동하도록 내버려 둘 여유가 없다. 이 국가는 IMF 프로그램에 따라 구조개혁과 부채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동시에 세계 은행, 인도, 중국 및 기타 교량대출을 활용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관광업과 송금액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스리랑카인들이 최소 2년 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견뎌야 할 것이라는 스리랑카 사브리 재무장관의 예측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불신임안을 통과시켜 고타바야를 집권에서 축출하기를 희망하지만, 국가의 정치적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그런데도 스리랑카는 강력한 민주주의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항상 쿠데타보다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해 왔다.

이 나라는 또한 많은 경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른 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문자해득률이 높다. 이 섬에는 영어를 잘하는 재능 있는 인력 풀도 있다. 인도양의 최대 항구 중 하나인 콜롬보 항구는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동서 허브이다. 이 나라는 인도, 파키스탄 및 방글라데시의 대규모 인구중심지와 비교적 가깝다.

많은 전문가들은 스리랑카에 필요한 것은 잠재력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산업을 다각화하고 육성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김세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