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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동물 복지' 이유로 칼 아이칸과 주총 위임장 대결…맥도날드 승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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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동물 복지' 이유로 칼 아이칸과 주총 위임장 대결…맥도날드 승리할 듯

맥도날드의 영국 매장.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맥도날드의 영국 매장. 사진=로이터
맥도날드와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의 동물복지를 이유로 한 주총 대결에서 맥도날드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고 외신이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억만장자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칸은 맥도날드가 약속한 돼지 사육 환경 개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맥도날드의 이사회 2석을 요구하며 주총 대결을 예고했다.
그러나 조기 투표 집계에 따르면 맥도날드가 칼 아이칸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는 26일 맥도날드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맥도날드가 훨씬 앞서 있고 최종 결과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블랙록, 뱅가드 그룹 등 맥도날드의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들이 대부분 맥도날드를 지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칼 아이칸의 승리 가능성은 처음부터 희박했다면서 이번 문제는 동물 복지에 대한 의제를 널리 알린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돼지의 동물복지 문제


아이칸이 문제제기를 한 것은 돼지를 '임신용 우리'(gestation crate)라고 불리는 비좁은 쇠틀에 가둬 임신, 출산, 수유를 반복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이전부터 동물학대 논란을 일으켜 왔는데 맥도날드는 2012년 이런 형태의 사육장에서 나온 돼지를 10년 후에는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코로나 사태 등으로 2022년 까지 이러한 돼지고기 구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2024년까지 약속을 지키겠다고 발표했다. 맥도날드는 올해 자사가 사용하는 돼지고기의 약 85~95%를 '임신용 우리'를 사용하지 않은 농장에서 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칸과 동물보호단체 휴먼소사이어티는 맥도날드의 발표에서 제시한 숫자는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맥도날드가 임신 기간이 어느정도 진행된 암퇘지를 우리에서 꺼내는 방식으로 꼼수를 부리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이다. 아이칸은 맥도날드가 ESG관련된 경영 문제를 앞으로도 잘 해결할지 모르겠다면서 레슬리 사무엘리치와 메이지 갠즐러를 맥도날드 이사회에 편입시킬 것을 요구했다.

맥도날드는 이러한 요구를 거절했고 아이칸과 맥도날드는 26일 주주 총회를 열어 위임장 대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맥도날드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프렌차이즈 중 하나다. 그 규모 때문에 맥도날드의 공급망 변경은 업계 전반에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맥도날드가 소비하는 돼지고기가 미국 돼지고기 공급의 약 1% 가량을 차지한다.

칼 아이칸


칼 아이칸은 약 168억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지닌 유명한 투자자로 경영이 비효율적이고 불투명한 회사의 지분을 취득한 뒤 경영에 개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빠른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 단기적인 실적개선과 주가상승, 배당 확대에만 관심을 가지는 아이칸의 투자 행태 때문에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훼손한다는 비평을 많이 받고 있으며 '기업 사냥꾼'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칼 아이칸이 주주 제안과 총회를 연 적은 많지만 동물복지나 환경, 사회 및 기업 지배 구조 문제와 관련된 이유로 싸움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칼 아이칸이 맥도날드에 가진 주식은 200주(약 6천만원) 상당으로 이는 의결권에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지분이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기업지배구조 및 윤리학 교수인 브루스 코거트(Bruce Kogut)는 "200주는 회사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 지분이다"라며, ″내 생각에 그건(칼 아이칸의 요구) 홍보 때문인 것 같다. 칼 아이칸이 이제 지속 가능한 환경 또는 ESG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 분야의 활동가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칼 아이칸이 가진 주식은 적지만 지난해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엑손모빌의 이사자리를 요구한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적은 지분으로 엑손모빌 이사 3명을 교체한 사례가 있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위임장 대결


칼 아이칸은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로비하면서 맥도날드 주주들을 설득하려 노력했다.

칼 아이칸은 동료 맥도날드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동물 복지 문제와 부적절한 경영상태가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이는 맥도날드 운영진이 고려하지 않은 기타 ESG 위험과도 연관된다"고 말했다.

또 칼 아이칸은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이 위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들이 "실질적인 사회적 진보"를 지원하지 않고 이익을 위해 ESG투자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칸은 미국의 가장 큰 의결권 자문회사 중 하나인 '글라스 루이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글라스 루이스는 "아이칸의 노력이 가치있고 고귀한 것이지만 이 문제에 지나치게 단순한 관점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노력은 회사의 실질적 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는다" 면서 아이칸의 이사 교체에 투표하지 말라고 답했다.

주주들이 정확히 어떻게 투표했는지 알 순 없으나 조기 투표 결과를 보면 아이칸이 승리할 확률은 희박하다.

맥도날드는 아이칸이 대주주로 있는 돼지고기, 가금류 포장업체 비스케이스에는 이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 아이칸의 이러한 시도를 비판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