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글로벌 경제 다극화에 맞춰 세계화도 진화하고 있다

공유
0

[초점] 글로벌 경제 다극화에 맞춰 세계화도 진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항의 선박 부두에 컨테이너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항의 선박 부두에 컨테이너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정치적으로 분열된 세계와 코로나 이후 공급망의 혼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우리는 '탈세계화'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염병의 여파로 인한 성장둔화, 높은 인플레이션 등 혼란으로 인해 산업 생산과 유통의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과 조달 비용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제조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 고산 휴양지에서 열린 기업과 정치 지도자들의 연례 세계경제포럼은 '탈세계화(de-globalization)'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제가 팬데믹 이후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점점 더 고립되고 다극화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답을 구했다.

다보스포럼은 세계화를 지지하는 그룹이기는 하지만 참가자들은 세계화의 과정이 멈추기보다는 진화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사실 세계화라고 하는 것은 지속적인 성장과 더 높은 생활수준을 지원하는 생활 전반의 흐름이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최근에 발생하는 일련의 흐름들은 우리가 탈세계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민족주의,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수백 개의 서방 기업, 새로운 무역협정의 부재, 계속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을 보자면 세계화가 역전되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 '탈세계화'라는 용어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 등장했다. 글로벌 성장둔화의 흐름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세계화는 1950년대 선적 컨테이너 발명, 냉전종식,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진화의 과정을 밟았다. 산업혁명 이래 지금까지 국경을 넘어서는 흐름은 계속되어 왔다. 이런 세계화는 지속적으로 성장, 변화의 과정을 밟은 것이다. 코로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조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세계화는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냉전 등을 거치면서 전진, 후퇴를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한 개념이다.

코로나 대유행 전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원자재, 제조, 유통 및 배송 네트워크가 노동력과 부품 부족으로 즉시 제공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정밀 조사를 받게 되었다.
마스크 부족, 국가적 백신 조달 경쟁은 모두 수입에 대한 의존도와 전 세계 제조 상품에 대한 의존도와 최소한의 지연으로 국경을 넘어야 할 필요성을 높였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적시(just-in-time)' 시스템을 개발한 제조는 공급망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도(just-in-case)'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세계화의 또 다른 변이다.

세계화는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다. 경제적이고 지정학적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전 세계적으로 의사소통하고 국경과 지역을 넘어 경험을 비교하여 수요를 주도하는 능력에 의해 전개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세계화에는 무역과 기술이 세상을 더 연결되고 상호 의존적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화는 끝이 아니라 진화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세계는 점점 더 다극화되고 있으며 이제 '동맹’(friend-shoring)'이라는 전제가 붙어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거래 파트너를 중심으로 통합되기 시작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신흥 블록은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일련의 제재를 신속하게 이행한 동맹국일 수 있다.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국을 포함한 비동맹 그룹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으려 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는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다.

세계 및 지역 수준에서 무역을 촉진하는 다자간 협정의 시대는 과거에 머문 것처럼 보인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은 1947년, ASEAN(1961년), NAFTA(1992년) 및 WTO(1995년) 등이 있다.

호세인 아미라브돌라비안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5월 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세인 아미라브돌라비안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5월 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어떤 경우에는 이 무역 협정 네트워크가 정밀 검사되거나 해체되고 있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고,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2018년 멕시코·캐나다와 재협상했으며, 2019년 12월부터 WTO의 분쟁 시스템을 차단했다.

그러나 지난주 바이든 정부는 노동 기준과 전자 상거래 조항을 포함하지만 이전의 TPP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제외하는 13개국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위기 이전에는 코로나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혼란스러운 소비자 수요로 인해 선적 컨테이너가 부족했다. 가격은 2020년 2월 약 1500달러에서 2021년 9월 1만300달러 이상 최고점을 찍었다. 컨테이너 비용은 4월의 7768달러로 코로나 이전보다 여전히 훨씬 높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역 가치가 증가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WTO에 따르면 1956년 20피트(6.1m) 길이의 표준화된 강철 선적 컨테이너가 발명된 이후로 세계 무역량은 40배 증가했으며 이동된 상품의 가치는 거의 300배나 커졌다.

2021년 상품 무역의 총 가치는 28조5000억 달러로 2020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2019년 대비 13%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무역 성장 속도는 금융 위기 이후 둔화되고 있다. 1945년 이후 연평균 6%씩 성장한 데 반해 2008년 이후로는 연평균 3%로 둔화되었고, 앞으로는 약 1.5%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가 점점 더 다극화되고 있는 것처럼 산업 공급망은 혼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적응하고 있다. 생산 탄력성에 초점으로 돌리고 있다.

복원력을 개선하는 한 가지 방법은 재고다. 둘 이상 위치에 동일한 요소를 구축해 일부 중복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Just-in-time' 제조에서 'Just-in-case' 제조로의 이동으로 요약될 수 있다.

국가 중심의 '온쇼어링'에 대한 논의가 '니어쇼링' 또는 우호적인 국가 내로 생산을 이전하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경향을 과장해서는 곤란하다. 예를 들어 유럽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Airbus)와 같은 많은 대기업들은 여전히 중국에서 계속해서 제조 능력을 증설하고 있다.

전자 제품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생산 위치를 이전할 수 있는 한 부문은 반도체 산업이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한국, 일본과 대만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에 총 29개의 새로운 반도체 제조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시운전에서 제품 인도까지 최소 3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제조 위치의 이동은 신속하게 발생할 수 없다.

칩 부족은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배송 지연, 중고차 가격 상승, 2021년 전 세계 판매의 약 10%에 달하는 비용 손실을 초래했다.

유럽에서는 자동차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각해질 양상이다. 자동차 산업 배선의 대부분이 조립되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인해 2022년에는 또 다른 5%의 물량 감소가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는 현재 혼란이 계속되더라도 우크라이나, 중국, 멕시코 및 북아프리카 국가와 같은 저비용 경제에서 조립을 계속해야 한다. 가격 스펙트럼의 다른 쪽 끝에서 패션과 같은 일부 산업 부문은 가격 상승 여지가 거의 없는 고도로 상품화되어 있으므로 생산을 현지로 이동할 경우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으로 생산자는 이익 축소를 감내해야 한다.

무역이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변화하는 지정학적 제약에 적응함에 따라 세계화는 진화하고 있다. 높은 무역 장벽에도 불구하고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성장에 대한 주요 구조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돌아간다.

지역 무역 블록으로의 이동은 세계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의 역할을 축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제품과 서비스를 세계적으로 거래해야 하는 필요성과 미국 시장의 규모, 소비자 구매력이 달러의 위상을 주도하기 때문에 기축통화의 기능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기업들은 조달 및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통합된 시장에서 운영된다. 세계화를 통해 구축된 분업체계야말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가장 경제적 시스템이다.

다보스포럼은 79억 인구가 더 부자로 살려면 세계화는 유지, 발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