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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 사우디 방문…'석유와 인권' 사이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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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 사우디 방문…'석유와 인권' 사이 선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직접 만날 예정이다. 미 정보기관에 따르면, 왕세자는 거의 4년 전에 반체제 언론인과 버지니아 주민을 살해 하라고 명령함으로써 워싱턴을 뒤흔들었다.

바이든의 방문은 2018년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를 암살하도록 지시한 왕세자를 ‘당사자’로 지목하고 비난한 2020년 대선 공약을 뒤집는 것이다.
백악관 관리는 “대통령이 왕세자를 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첫 중동 방문은 7월 13~16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스라엘과 서안지구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마무리된다.

모하메드 왕세자와의 만남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이 그와의 접촉은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사우디 방문의 주요 이유는 바이든이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6개국과 이라크, 요르단, 이집트 등 아랍 3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동안 바이든은 양자간, 지역적, 세계적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여기에는 7년 전 전쟁이 발발한 이래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이어온 유엔 중재의 예멘 휴전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다.

또한 새롭고 유망한 기반 시설과 기후 이니셔티브를 포함하여 지역 경제 및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이란의 위협을 억제하고 인권을 증진하며 글로벌 에너지 및 식량 안보를 보장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특히 2018년 사우디 왕세자의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암살된 카슈끄지에 관한 인권 문제를 철회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국 국민의 광범위한 이익을 위해 왕세자를 만나기로 한 결정을 옹호했다.
백악관은 바이든이 왕세자와 만나 카슈끄지의 암살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인권은 해외 계약에서 항상 대화의 일부”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원칙보다 실용주의를 선택하기로 한 결정에는 높아진 휘발유 가격 때문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백악관은 치솟는 에너지 비용 속에서 OPEC이 석유 생산을 늘리도록 설득하는 데 바이든의 역할을 강조했다. 휘발유 1갤런의 평균 가격은 주말 동안 5달러를 돌파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석유 금지로 인해 악화되었다. 세계가 유가 급등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도 바이든을 움직인 배경이다.

하원 외교, 군대, 정보, 국토 안보, 감독 및 개혁 위원회의 지도자를 포함한 저명한 국회 의사당 민주당원은 모두 지난주 바이든에게 워싱턴-사우디아라비아 관계의 변화를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그들은 2015년에 왕세자가 집권한 이후로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거부하는 것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미국인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마냥 방치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12개의 인권 단체와 시민 사회단체는 인권이 의제의 최우선 과제가 아닌 경우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지 말라고 경고하는 서한을 바이든에게 보냈다.

인권을 우선시하겠다는 진정한 약속 없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대선 공약을 배신할 뿐만 아니라 왕세자가 국제 인권과 인도법을 더 많이 위반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이 유가 안정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이끌어내고 왕세자가 행한 인권 말살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된 조치를 다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미국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뭔가 선물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의 석유생산국가들이 미국 바이든을 돕느냐 아니면 러시아를 돕느냐가 글로벌 정세는 물론 향후 미국 대선 향방에 큰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