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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우디 등 중동국가, 더 이상 친미 아니다…중·러와 밀착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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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우디 등 중동국가, 더 이상 친미 아니다…중·러와 밀착 '저울질'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힘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외교전략을 짜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힘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외교전략을 짜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비난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를 만들어 아랍을 방문했다. 아랍 방문의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많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아랍의 친미 성향 지도자들은 과거만큼 미국 대통령의 약속에 무게를 두지 않는 눈치다.

중동은 석유 에너지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간직했다. 호르무즈와 수에즈는 세계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런 이유로 중동의 위치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안정에 필수적이었다.
냉전이 종식된 이래 미국은 패권 국가로서 중동의 수호자가 되었다. 중동의 친미 정권과 연대를 통해 중동지역의 석유 에너지를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경찰국가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중동에서 반미세력이 형성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전쟁이 발생했다. 미국은 오랜 전쟁을 펼치면서 지쳐갔다. 너무 많은 희생을 감당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친미 중동 정권들이 미국에 요청한 정중한 부탁을 외면했다. 처음에 강력했던 결속은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등장했다. 중국은 미국 허용 아래 중동지역에 서서히 진출했다. 물동량을 이동하는 데 필요한 항구를 찾았고 무역을 확대했다. 중국은 교역 규모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중동에 대한 투자도 미국에 버금간다.

트럼프가 중동지역의 친미정권을 함부로 대우한 끝에 트럼프가 계획한 대로 바이든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하자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의 친미 성향 정권들은 미국에 대한 신뢰를 크게 상실했다.

아랍의 젊은 지도자 빈 살만은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최고의 패권국으로서 세계 경찰을 할 수 없음을 목도했고 이런 사실을 아랍의 다른 우방들과 공유했다.

빈 살만은 미국이 떠난 공백에서 질서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란의 핵무장 등이 가속화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편 중동의 무질서를 저지하고 자신들의 힘으로 질서를 구축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빈 살만은 이루기 쉽지 않은 꿈을 꾸면서 탈세계화, 신냉전 초입에 미국에 의존하기보다 미국이 수립한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활용해 중동의 불안한 질서를 안정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런 셈법을 가진 상황에서 바이든이나 시진핑 가운데 어느 쪽이 자신이 꿈꾸는, 더 나아가 중동이 더 안정적 질서를 유지하고 탈화석 연료 시대 이후 중동이 새로운 성장과 번영의 동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줄지를 선택해서 유리한 쪽과 미래를 그려나가려고 한다.

바이든이 민주주의를 위반한 자로 지목한 빈 살만을 자존심을 접고 먼 길을 떠나 중동을 방문해 빈 살만과 직접 만났음에도 석유 증산 약속이 공동성명으로 바로 발표되지 않은 데는 빈 살만의 이런 구상이 작용한 때문이다.

빈 살만은 바이든이 굳이 환경보호 등을 명분으로 자국의 세일가스를 비롯해 석유 증산을 막아놓고 중동에서 석유 증산을 부탁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 생각한다.

백악관은 사우디의 석유증산 약속이 있었고 8월초 이것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한다. 석유증산이 실제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바이든에게는 엄청난 충격이다.

과거 미국에 의존했던 세계 곳곳의 우방들이 필요에 따라 미국이 자신들과 거리를 둔 나쁜 기억 때문에 가치 규범이나 경제 안보를 이유로 중국이나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고 미국과만 다시 결속하는 선택을 하는 것에 망설이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서방의 힘이 여전히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를 충분히 도울 힘이 예전만 못하고 매력과 설득을 무기로 하는 소프트 파워도 상대적으로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화의 수혜 속에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키우면서 미국이 떠난 공백을 메워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