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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우디, 해외 투자 거래는 철저한 ‘기브 앤드 테이크’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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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우디, 해외 투자 거래는 철저한 ‘기브 앤드 테이크’ 방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환담 중인 주요그룹 총수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빈 살만 왕세자 순.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환담 중인 주요그룹 총수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빈 살만 왕세자 순.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투자협정 및 양자조약을 1969년 이래 2022년까지 대략 3000여 개 체결했다. 1969년 72개에서 2022년 3000여 개로 늘어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협정은 대부분 석유 개발과 관련되어 있다. 초기에 글로벌 기업들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사우디에 관련 산업은 물론 도로와 항구, 공항, 도시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가 급등해서 자금에 여유가 있으면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돈이 될 만한 투자처를 찾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늘려갔다.

2010년대 이후 유가가 하락해 사우디는 많은 투자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국민에게 제공했던 복지조차 줄여야 할 형편에서 투자는 줄었다.

하지만 올해 10년 만에 재정 적자가 흑자로 돌아섰다. 유가 상승 덕분이다. 유가가 기대 이상으로 올라 수익이 커졌다. 올해 사우디는 석유 수출로 1월부터 9월까지 총 1303억 달러 순이익을 달성했다. 사우디 외환보유고는 2022년 1월 4157억 달러에서 2022년 9월 4445억 달러로 증가했다.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은 석유 부문에서 총 46%가 생산된다. 2050년 이후로도 석유에너지 기반 경제가 탄탄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2023년부터 2027년까지 글로벌 유가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1일 1200만 배럴에서 1300만 배럴까지 생산 시설을 추가로 늘리는 투자도 고려 중이다.

올해 석유 수익으로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서 국내외에 미래 투자를 과감히 하고 있다. 하지만 무수한 투자협정이 모두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고 이상 없이 자금이 집행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개발사업
사우디아라비아 정부(SAG)는 비전 2030으로 통칭되는 야심 찬 사회경제적 개혁을 계속하고 있다. 비전 2030은 새로운 경제 부문 발전과 디지털 지식 기반 경제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사우디 경제를 석유에서 벗어나 다각화하고 젊고 증가하는 인구를 위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SAG는 인프라, 관광, 엔터테인먼트 및 재생에너지 같은 급성장하는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유럽 및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주요 운송 및 물류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관련된 인프라 프로젝트에는 석유화학, 광업, 물류, 제조 및 디지털 산업의 허브 역할을 할 다양한 ‘경제 도시’와 특별 경제 구역이 포함된다.

SAG는 리야드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며 초기 관광산업의 출발점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네옴에 대한 투자를 환영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또한 특유의 사막 환경에 관광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으며 SAG는 전국에서 관광 및 문화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부문도 사회적 제한 완화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에 대비하고 있다. 이 나라는 수백 개의 영화관을 건설하기를 희망하고 SAG는 영화 제작을 위해 제작 스튜디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또한 영화제와 콘서트 등 예술 및 문화 행사에 대한 강한 수요를 보여주고 있다.

SAG는 세계적 수준의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는데 유럽 골프 투어, 디리야 ePrix, 다카르 랠리 및 사우디 포뮬러 원 그랑프리를 주최했다.

SAG는 2060년까지 탄소 제로에 도달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수소, 폐기물 관리 및 탄소 포집과 관련된 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열망하고 있다. 특히 녹색 역량 구축 및 기술 공유 이니셔티브에 관심이 크다.

하지만 이런 투자 기회는 비즈니스 예측 가능성, 투명성 및 정치적 위험에 대한 우려에 따라 유동적이다. 예를 들면, 비석유 수익을 창출하고 사우디 시민에게 고용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압력으로 SAG는 외국인 근로자와 그 부양가족에 대한 수수료 인상과 특정 기업이 사우디 근로자 할당량을 고용하도록 요구하는 ‘사우디제이션’ 정책을 구사해 일부 민간기업 활동이 중단되었다.

또한, 유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재정에 압박을 받자 MOU를 체결한 많은 사업들이 답보 상태에 빠진 바 있다. 올해 유가 급등으로 정부 수입이 증가하고 예산이 흑자로 돌아서자 그동안 추진하지 못했던 다양한 사업 계획과 MOU를 체결하기 시작했다.

SAG는 또한 다양한 건설 단계에 있는 ‘경제 도시’와 ‘네옴’ 프로젝트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에 미래 지향적인 ‘독립경제구역’과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5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개발 프로젝트이다.

이 사업은 2030년까지 3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우디 GDP에 총 48억 달러를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사업은 ‘라인’이다. 자동차, 거리, 탄소 배출이 없는 100마일 길이의 도시 스마트 시티 건설이다. 네옴 프로젝트의 허브인 혁신, 연구 및 기술에 중점을 둔 ‘옥사곤’ 건설도 있다. 이 사업에는 자연과 풍경이 어우러진 네옴의 산악 여행지인 ‘트로예나’도 포함된다. 인공 호수, 야생 동물 보호 구역 및 스키 리조트가 건설된다.

SAG가 추진하는 리야드 근처의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오락, 스포츠ㆍ문화 단지인 ‘키야드’도 핵심 사업이다. 리야드에 거의 60개의 고층 빌딩이 있는 상업 중심지 개발인 ‘킹 압둘라 금융 지구 개발사업’도 이목을 끈다.

특히, 사우디 서부 해안을 따라 있는 섬 군도에 대한 대규모 관광 개발로 연간 7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홍해 프로젝트’도 주요 개발사업지다.

이외에도 리야드 교외의 디리야(Diriyah)를 문화 및 유산, 엔터테인먼트, 접객업, 소매업, 교육을 위한 최고의 목적지로 탈바꿈시키는 50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인 ‘디리야 게이트’, 왕국 북서부 해안에 위치한 웰빙, 건강한 생활 및 명상 리조트로 2500개 이상의 고급 호텔 객실과 700개 이상의 빌라를 건설하는 ‘아마알라’, 2030년까지 1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남서부 지역을 글로벌 관광허브로 개발하기 위한 130억 달러 규모 ‘아시르’ 프로젝트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근 주요 해외 투자 거래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는 주고받는 거래 방식이다. 일방적 투자는 없다.

자신들이 오일달러로 투자하는 만큼 상대도 상응하는 투자를 약속하고 이행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가자는 것이다.

사우디 투자부는 2022년 2분기에 9억2500만 달러에 달하는 49건의 거래가 체결되었다고 발표했다. 발표 성명서에 따르면 이러한 거래는 첨단 제조, 건설 및 부동산, 정보 통신 기술, 관광,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를 포함한 다양한 부문에서 체결되었다.

체결된 주요 거래 중에는 사우디 항만청과 다국적 물류기업 DP월드 간의 제다 이슬람 항구에 물류 공원을 건설하기 위한 1억3330만 달러 상당의 계약과 마스터카드가 이끄는 하이퍼페이에 대한 3700만 달러 자금이 포함되어 있다.

2022년 2분기 투자 하이라이트 보고서에는 노바티스가 사우디 내 생명공학 역량을 개발하기로 합의한 내용, 사우디 아람코 기업가정신 센터가 5000만 달러를 투자한 내용, 알루미늄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위한 마덴 컴퍼니(Maaden Company)와의 계약도 있다.

9월 이후에도 투자계약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10월 사우디 투자부(MISA)는 항공 우주, 기술 및 금융 부문에서 5개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여 글로벌 가치 사슬에 진입을 모색했다. 세계 최고 항공 우주 회사 보잉 및 현지 첨단 금속 제조업체인 태스니와 계약을 맺어 왕국의 항공 우주 산업 가치 사슬과 연결을 모색했다. 미국 우주 훈련 회사인 오바이트와 우주관광 및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 기회를 개발하기 위한 계약도 포함된다.

인도와도 투자 협의를 진행했다. 향후 10년간 인도에 총 1000억 달러를 투자해서 공동 번영을 누리기로 구두 약속했다. 파키스탄에 대한 42억 달러 투자도 추진 중이다.

실질적인 권력자 빈 살만은 서울을 방문해 25건의 투자 계약 및 비즈니스 협력 MOU를 체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목할 만한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철도차량 계열사인 현대로템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 프로젝트다. 현대로템은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 네옴시티 프로젝트 관련 철도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주요 요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고 있는 5000억 달러 규모의 신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의 철도 인프라 구축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MOU에는 사우디 수소기관차 공동 개발도 포함되었다. 현대로템이 향후 사우디에서 고속열차 수주를 따내면 국내 고속열차 수출은 처음이다.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2조5000억원의 가치가 있다.

차세대 에너지 분야 협력도 있다. 한국전력, 삼성물산 등 5개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그린수소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프로젝트 비용은 65억 달러이다.

건설 분야에서는 삼성물산이 PIF와 모듈러 주택 건설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네옴에 모듈식 주택을 건설할 예정이다. 총 40억 달러 규모 사업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의 자회사인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울산에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건설 계획으로 약 8조원 규모다. 이는 계획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한국에 대한 단일 외국인 투자 사상 최대 규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 경제는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30년까지 3조 달러의 투자 유치를 위해 새로운 투자기관인 사우디 투자 마케팅 당국도 설립했다.

하지만 계획은 유동적이다. 계약은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반면, 양해각서(MOU)는 재정적 대가로 서명된 경우에만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다. 경제 상황이 달라지면 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는 중동에서 많은 기업들이 계약 불이행과 자금 집행 지연으로 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 기회는 선점해야 하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와의 많은 거래는 글로벌 안보 정세와 유가의 변동에 따라 좌우될 소지가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