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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중앙은행, 고물가 잡으려 일부러 경기침체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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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중앙은행, 고물가 잡으려 일부러 경기침체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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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 에이드리언 오르(Adrian Orr). 사진=로이터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가장 먼저 금리인상을 시작한 은행 중 하나였다. 14개월이 지난 지금 뉴질랜드 중앙은행(이하 RBNZ)은 물가 통제를 위해 경기 침체까지 유도하려 노력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이런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강경한 접근법은 일단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정책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것은 부분적으로 너무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경제가 붕괴될까 두려운 나머지 미 연준이나 다른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로 선회하는 것과는 다른 전략을 채택하는 데 따른 것이다.
RBNZ는 지난주 기준금리를 4.25%로 0.75%포인트 올린 데 이어 내년에는 5.50%로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해 덜 매파적인 전망을 예상했던 경제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 당국자들은 3분기 연간 물가상승률이 7.2%로 석 달 전의 7.3%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파격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RBNZ가 금리를 1%포인트 인상을 고려하는 것을 우려했던 뉴질랜드 의회 의원들은 중앙은행이 의도적으로 경기 침체를 계획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에이드리언 오르(Adrian Orr) 중앙은행 총재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오르 총재는 "맞다"며 "우리는 의도적으로 경제의 총지출을 늦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더 빨리 내려올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줄어들고 저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의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답변했다.

5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남태평양 국가인 뉴질랜드의 많은 인플레이션 원인들은 빠듯한 노동 시장, 지속적인 공급망 병목현상, 휘발유, 식품 및 기타 제품의 가격 상승을 포함해 다른 국가들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억제 전략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파월 의장은 이번 주 미 연준 이사들이 12월 미국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호주와 캐나다의 중앙은행들은 최근 회의에서 금리를 예상보다 적게 인상했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금융 상황의 조기 빠른 긴축에 대한 경제 반응에 대한 맥박 점검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뉴질랜드 기준금리가 5.50%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소비자들을 위협하여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끔찍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RBNZ는 약 1%의 짧고 얕은 경제 수축을 예측하고 있다.
RBNZ가 2021년 10월 소비 및 산업 수요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여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을 때,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이상한 일이었다. 호주 정부의 당시 관료들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됐기 때문에 2024년 이전에는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미 연준도 2022년 3월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확실히 통화정책의 공격적인 긴축은 많은 국가에서 정책 당국의 일부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0월 연간 인플레이션은 6월의 40년 만의 최고치인 9.1%에서 7.7%로 완화되었고, 호주의 이번 주 데이터는 물가 상승이 정점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유로존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에너지 가격 하락과 큰 관련이 있지만 2021년 중반 이후 처음으로 11월에 하락했다.

뉴질랜드에서 도전은 더 어려워 보이는데, 부분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늦추기 위해 18개월 가까이 국경을 폐쇄한 여파로 인해 뉴질랜드 노동시장의 긴축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순이동량은 2020년까지 8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뒤 지난 2년간 각각 감소했다. 연간 방문객 수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특히 임시 고용직에 많았던 유학생들을 포함해 코로나 이전에 비해 약 80% 감소한 상태이다.

오클랜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매컬록은 "호주가 외국인 학생들 입국 개방에 더 성공적이었다는 견해가 있고 그 점이 충분히 빨리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여기서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달러 가치 하락도 골칫거리다. 4월과 10월 사이에 미국 달러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통화 약세는 에너지, 자동차, 기계 등을 포함한 품목의 수입을 더 비싸게 만든다.

폴 콘웨이 RBNZ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유행과 전쟁으로 상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며 수입이 현지 인플레이션 원인의 약 50%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RBNZ가 가계가 아직 높은 금리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 이유는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이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제이기 때문이다. 리저브 뱅크 데이터에 따르면 자가 거주자 고정금리 모기지의 약 50%가 2023년 금리가 재설정될 예정이다.

3년 만기의 모기지 금리는 현재 6% 이상으로 책정되어 있으며, 현재 모기지 금리가 3.49%인 대출자의 월 상환액에 수백 달러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