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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中 반도체 굴기' 차단 국제 공조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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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中 반도체 굴기' 차단 국제 공조 '파열음'

네덜란드 ASML, 최첨단 반도체 장비 中 수출 금지 거부 움직임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 사진=로이터
미국이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문제에서 네덜란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해 중국 반도체 굴기를 막는데 실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에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 ASML에 최신 장비는 물론 구형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마저 팔지 말라고 요청했다.
ASML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으로 중국이 EUV를 보유하는 순간 첨단 공정 기술력 확보에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기에 미국의 입장에선 중국이 EUV 확보를 막는 게 매우 중요하다.

DUV는 구형이지만 여전히 비교적 첨단인 반도체 장비로 자동차·전화·컴퓨터·로봇 등에 널리 쓰인다. 네덜란드가 미국의 요청에 동의한다면 중국은 앞으로 반도체를 만드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사태를 보면 네덜란드는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미국 일방적인 기술 통제 요구 반대…자국 이익 방어할 것


지난 23일 네덜란드 장관은 헤이그에서 열린 국회에서 "우리 자신의 이익, 즉 국가 안전 뿐 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네덜란드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성명을 냈다.

네덜란드의 한 고위 관리는 "네덜란드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판매와 관련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국 반도체 기술 통제 요구에 따라야 한다는 것에 대한 네널란드의 반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ASML을 비롯해 유럽 국가 및 기업 입장에선 중국이 주요 시장이기 때문이다.

EUV 장비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EUV를 생산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ASML 한곳 뿐이라 ASML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대중국 EUV 장비 수출은 지난해부터 막혀 있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EUV 뿐만 아니라 DUV 수출도 통제하겠다고 나서자 네덜란드는 이에 반기를 들었다.

◇미국도 압박 수위 높여


네덜란드의 예상치 못한 강경한 입장에 미국도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ASML은 최근 미국이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동참하도록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공개 성명을 냈다. ASML의 벤자민 로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고급 장비를 판매하는 모든 기업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을 따라오도록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의 발언은 미국 상무부 수출통제 최고 책임자인 앨런 에스테베즈가 올해 네덜란드에서 네덜란드 관리들과 회담을 갖기 직전에 나왔다.

네덜란드가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탁샤실라 인스티튜션의 프라나이 코타스타네는 "미국 정부가 이미 자국 기업들에게 일방적인 대중국 수출 금지를 했기 때문에 만약 중국이 ASML이나 도쿄 일렉트론(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제작 장비를 얻을 수 있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통제가 소용이 없고 손해만 보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미국 정부는 이러한 수출 통제를 네덜란드, 한국, 일본과 같은 국가를 참여시켜 다자적 통제로 전환하길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수출통제에 ASML을 참여시켜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전면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네덜란드는 "우리는 우리의 경제적 이익과 지정학적 요인을 분명히 저울질 하고 있다"며 "중국은 우리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에게 세계 무역을 방해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뤼터 총리에게 "우리는 경제와 무역 문제의 정치화에 반대해야 하며 글로벌 산업과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