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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사우디, 경제 넘어 군사영역까지…새로운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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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사우디, 경제 넘어 군사영역까지…새로운 길을 간다

무장 드론 등 무기체계 공급해 전략적 파트너 자리매김 모색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우디를 방문, 홍해에 중요 군사시설 건설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우디를 방문, 홍해에 중요 군사시설 건설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중국의 중동에 대한 구애가 결실을 거두고 있다. 처음에는 경제였지만 이제 군사적 영역으로 관계가 더 심화되고 있다.

12월 7일 시진핑이 사우디를 방문한다. 이는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과 사우디의 긴밀한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할 것임을 암시한다.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경제파트너가 됨으로써 아랍 전체에 자신의 이익과 영향력을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발전시켜 가고 있다.

또한, 미국이 걸프 동맹국들에도 제공하지 않는 무장 드론 등 무기체계를 공급해 역내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도 모색해 왔다.

중동 전체에 걸쳐 경제 및 군사 관계를 발전시키고 심화함으로써 중국은 10년 전만 해도 놀랍게 보였을 일들을 성취함으로써 미국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2017년 아라비아 바로 건너편 지부티에 중국 정부가 해적 퇴치를 명분으로 첫 해외 군사기지를 세웠다. 그 결과 중국은 이제 홍해와 서부 인도양에서 영향력과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아부다비에 이중 목적의 해양 시설을 건설하다가 미국의 격렬한 항의 후에 포기한 사례가 있었다.

사우디에서 중국은 우라늄 채굴과 탄도미사일·군용 드론 생산에 관여하고 있다. 또한 빈 살만 왕세자의 탈석유 경제를 위한 ‘비전 2030’이라는 대규모 경제 프로젝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시진핑과 빈 살만은 곧 중국이 홍해에 주요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할 거라는 소문이 벌써 돌고 있다.
사우디 및 기타 걸프 국가에 중국의 존재는 중요하다. 석유 자원의 중요 판매 시장이며 중동에서 필요한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공장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인도, 한국, 일본과 같은 다른 아시아 및 동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다.

한편, 사우디는 막대한 양의 중국산 제품을 수입한다. 전자제품 및 기타 상품과 석유 거래는 두 지역 간의 자연스럽고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관계이다.

사우디는 올해 유가가 올라 석유를 판 수익만 1000억 달러를 넘었다. 자금이 풍부해진 만큼 중국과 새로운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사우디는 다른 걸프 국가와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군사안보, 문화 및 교육적 영향력, 재정 흐름 및 투자 측면에서 미국과 협력해 왔다. 사우디의 대부분은 미국 회사에 의해 건설되었다. 사우디 병원 의사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훈련받았다. 사우디 최대 기업인 아람코도 미국 엔지니어에게 의존하고 있다. 사우디 학생들은 미국 학교에서 계속 공부하고 있다. 이처럼 사우디인과 미국인 사이의 관계는 수십 년에 걸친 우정으로 연결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이 이러한 영역을 잠식하면서 미국을 대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과 사우디 사이에 조성된 지난 20년간의 긴장 때문이다. 우선, 부시 행정부는 9‧11 직후 사우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침공했다. 리야드는 이라크가 건실해야 숙적인 이란의 공세로부터 군사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미국은 사우디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도 사우디를 크게 위협하는 정책을 구사했다. 중동에서 떠나 아시아로 귀환하는 정책은 사우디를 크게 실망시켰다. 사우디를 보호했던 항공모함이 태평양으로 이동했다. 다음으로 지역 전역에서 권력장악 움직임을 보인 무슬림 형제를 지원해 사우디 안보에 위협을 가했다. 특히, 숙적 관계인 이란과 핵 협정(JCPOA, 공동 포괄적 행동 계획)을 추진했다.

비교적 관계가 원만했던 트럼프도 2019년 9월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있었는데도 보복하지 않아 사우디를 실망시켰다.

바이든은 이에 더해 지난 2년 동안 빈 살만을 모욕했다. 사우디는 인도의 모디 총리에게는 바이든이 함부로 하지 못하면서 빈 살만에게 막 하는 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좋지 않은 기억은 석유 생산과 유가 책정에서 미국의 이익을 언제나 우선 고려했던 사우디의 노선에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더 이상 수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제 사우디는 전략적·군사적으로 다각화하고 있으며 중국이 이런 이해관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사우디는 이제 국익을 위해 실용적 노선을 선택했다.

중동에서 중국이 힘과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미국 중심의 글로벌 세계질서에는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 주지 못하는 것을 사우디와 중동에 주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