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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위스의 비밀스러운 '은행 합병'이 세상을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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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스위스의 비밀스러운 '은행 합병'이 세상을 뒤집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사진=로이터
세계 모든 신문의 1면을 장식했던 19일 발표된 크레디트스위스(CS)와 UBS의 합병 뒤에는 스위스의 정치 엘리트들의 비밀스러운 작업이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스위스 중앙은행과 스위스 규제 당국인 금융감독청(FINMA)이 16일 공개적으로 CS가 건전하다고 선언했을 때, 뒤에서는 스위스 정치 엘리트들이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CS를 비교적 온전하게 구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CS와 UBS의 합병을 도운 레인메이커에의하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UBS가 CS를 인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한다.

CS는 수년간의 스캔들과 명성 손실로 타격을 입고 있었고 고객들은 이미 2022년 마지막 3개월 동안 CS에서 1100억달러를 인출하는 등 신뢰도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그 어떤 은행도 뱅크런에서 살아남을 순 없다. 이후 CS에 더 이상 투자할 계획이 없다는 사우디 국립은행 회장 아마르 알 쿠데리의 발언으로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급락했으며 예금에서 큰 추가 인출이 일어나는 등 CS는 추가 타격을 입었다.

스위스 중앙은행과 FINMA는 CS 합병 시간을 벌기 위해서 앞에서는 CS에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뒤에서는 기밀을 유지하며 CS 합병을 진행했다. 그러나 모두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은행 지분의 10% 이상을 보유한 사우디 투자자들은 합병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스위스 측에 압력을 가하여 그들이 투자금을 일부라도 회수하지 못하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측도 수천 명의 직원을 보유한 CS 자회사를 가지고 있어 이번 사태에 대해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관계자는 유럽중앙은행(ECB)과의 소통은 훨씬 적었다고 밝혔다. 유럽 규제 당국은 스위스가 채권 보유자에게 손실을 부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규제 당국은 CS가 파산하고 국가적으로 더 큰 골칫거리를 만들 수 있는 주주들의 손실을 피하고 싶었으며 CS이사회는 점점 더 분열되는 환경에서 사우디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협상에 참여한 관계자 중 한 명은 "돈은 어딘가에서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스위스는 160억 프랑의 채권을 소각하고 주주들에게 30억 프랑을 보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은행 자금 조달의 핵심 원칙, 즉 은행 부실 시 채권자가 아닌 주주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는 원칙을 뒤집기로 결정했다.

19일, 스위스 관리와 경영진으로 구성된 패널이 이 협상을 발표했을 때 그들은 후회하지 않았다. 중앙은행 총재 토마스 조던은 더 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이러한 결정을 옹호했다.

이러한 결정으로 스위스는 CS의 파산이라는 스위스 경제에 엄청난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으며 구제금융도, 납세자의 돈을 쓰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스위스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은행 강국이라는 명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