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스테이블코인 야망, 중국의 위안화 암호화폐 진출 교두보 될까?

중국이 암호화폐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온 가운데,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야망에 대한 베이징의 지지적 태도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중국이 위안화를 암호화폐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적 채널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3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정부는 거래 및 채굴을 포함한 암호화폐 관련 활동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펼쳐왔다. 중국은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국가의 금융 안정성과 자본 계정 통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심지어 국가의 통화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과 페이스북의 디엠(구 리브라) 같은 민간 발행 디지털 화폐의 도전에 직면한 중국 중앙은행은 "주권적" 디지털 위안화의 사용을 촉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디지털 위안화 '실험'은 수년 동안 국내 및 국제 거래에서 결제 수단으로서의 타당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홍콩 스테이블코인 야망에 대한 베이징의 관용과 지지적 태도는 흥미롭다. 지난달 홍콩 입법회는 올해 말부터 발효될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과시켜 홍콩달러와 도시의 다른 자산으로 뒷받침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길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기준 자산에 고정되어 고정된 가치를 유지하는 암호화폐의 일종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시점에 나온 조치다.

중국이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시가 총액 측면에서 세계 상위 10개 스테이블코인은 금으로 뒷받침되는 팩스 골드를 제외하고 모두 미국 달러 자산으로 뒷받침된다. 미국 달러에 페깅된 상위 2개 스테이블코인 사업자인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미국 달러는 블록체인 금융에서 기본 결제 수단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의 영향은 엄청날 수 있다. 새롭고 효율적인 결제 방법을 제공하여 금융 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국제 결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중국이 미래에 스테이블코인의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에서 제외된다면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실험은 중국이 암호화폐 세계의 물을 테스트할 수 있는 이상적인 채널을 제공한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금융 중심지인 홍콩은 홍콩 달러와 역외 위안화를 스테이블코인의 "통제된 테스트"를 위한 기본 자산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로 한 홍콩의 결정은 즉각적으로 이 지역의 암호화폐 커뮤니티들 사이에서 시장의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수년 동안 암호화폐에 대한 본토 투자자들은 불법적인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았고, 중국어로 "암호화폐 서클"이라는 문구는 "사기" 및 "탐욕"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와 연결되어 있었다.

현재 홍콩에는 JD 코인링크 테크놀로지 홍콩, RD 이노테크,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애니모카 브랜드, HKT의 합작 팀 등 3개의 '샌드박스' 참가자만 있다. 그러나 본토 기관들이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시작하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중국에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위안화의 가치 하락 가능성을 감안할 때 향후 몇 년 동안 위안화는 미국 달러보다 더 안정적일 수 있다. 즉, 위안화 기반 코인에 대한 수요가 강할 가능성이 높다.

확실히 홍콩에서의 스테이블코인 테스트는 초기 단계에서 매우 신중한 방식으로 수행될 것이다. 홍콩달러나 위안화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 하룻밤 사이에 미국 달러 기반 코인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발전은 중국이 암호화폐 세계에서 자국 통화를 밀어붙일 수 있는 문을 열었다.

이는 중국이 디지털 경제에서 미국 달러 헤게모니에 대응하고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장기 전략의 하나로 해석된다. 암호화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홍콩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발을 담그는 것은 중국의 실용적 접근법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