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란 전쟁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中 ‘수출 기계’의 회복력 시험대 올랐다

글로벌이코노믹

이란 전쟁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中 ‘수출 기계’의 회복력 시험대 올랐다

“공급망 강점 발휘될 기회” vs “글로벌 수요 침체로 직격탄” 논쟁 가열
에너지 자급률 낮은 한국·일본 대비 유리… ‘신(新) 3대 산업’ 수출 기회론 부각
이란 분쟁의 장기화 여부가 중국 경제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분쟁의 장기화 여부가 중국 경제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3
이란 전쟁이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를 확산시키면서, 세계 최대의 수출국인 중국이 이번 위기를 전략적 기회로 삼을지 아니면 유례없는 수요 마비의 희생양이 될지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팬데믹 당시 압도적인 공급망 복원력을 보여줬던 중국이지만, 이번에는 ‘비용 충격’이라는 새로운 변수 앞에 산업기반의 진정한 내구성을 시험받게 됐다.

24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기관과 싱크탱크들은 이란 분쟁의 장기화 여부가 중국 경제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주문량 붕괴 우려” vs “공급망 우위 재확인”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수요 급감이 중국의 공장들을 멈춰 세울 것이라는 비관론과, 에너지 안보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국들을 제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나티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일 쇼크가 세계 경제를 심각한 침체로 몰아넣으면 중국의 수출 주문은 붕괴될 것”이라며 “표면적인 강함 밑에 숨겨진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며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IMF는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세계 생산량이 최대 0.2%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쉬톈첸 경제정보부 수석 경제학자는 “중국은 충분한 석유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급망이 온전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화석 연료 위기가 심화될수록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발전기 등 이른바 ‘새로운 세 가지(New Three)’ 재생 에너지 제품의 수출이 촉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팬데믹과 이란 전쟁: ‘물리적 중단’에서 ‘비용 충격’으로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공장 가동 자체가 중단됐던 코로나19 팬데믹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위기는 주로 비용 충격의 성격이 강하다”며 “급등한 석유 및 가스 가격이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만의 독특한 에너지 구조가 방어막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국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5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어,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일본, 대만 등 인접 국가들에 비해 에너지 안보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팬데믹을 거치며 중국의 산업 생태계는 더욱 견고해졌으며, 에너지 공급만 뒷받침된다면 전 세계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이는 ‘승자 독식’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 6개월이 고비… 장기전 돌입 시 ‘석유 부담’ 임계점


결국 핵심은 전쟁의 지속 기간이다. 쉬톈첸 경제학자는 “전쟁이 6개월 이상 끝없이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장기전은 전 세계적인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어 중국의 생산성 우위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

아무리 에너지 구조가 탄탄하더라도 장기적인 고유가는 중국 공장들에게도 비용 압박의 임계점을 넘어서게 할 위험이 크다.

◇ 한국 수출 전선에 주는 시사점


중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한국에게 이란 전쟁은 에너지 비용 상승과 중국의 공세라는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 구조상,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략적으로 확대하여 에너지 비용 충격에 대한 내성을 키워야 한다.

중국이 재생 에너지 수출을 확대하는 틈을 타, 고효율 배터리 및 태양광 패널 기술 고도화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원유 수입선의 중동 외 지역 다변화와 핵심 원자재의 국가 비축량을 대폭 늘리는 안보 전략이 시급해 보인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