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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러시아 칼루가 공장, ‘재임대’ 통한 우회 가동… 중앙亞 수출 전용 기지로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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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러시아 칼루가 공장, ‘재임대’ 통한 우회 가동… 중앙亞 수출 전용 기지로 변모

러시아 로컬 기업 ‘그래비톤’에 공장 임대… 직접 운영 리스크 피하며 자산 가치 유지
생산 물량은 카자흐·우즈베크 등 CIS 지역으로 수출… 러시아 내수 판매 중단 기조 유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이 중단됐던 삼성전자의 러시아 칼루가 가전 공장이 현지 기업에 임대되는 방식으로 '우회 가동'을 시작한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이 중단됐던 삼성전자의 러시아 칼루가 가전 공장이 현지 기업에 임대되는 방식으로 '우회 가동'을 시작한다. 사진=삼성전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이 중단됐던 삼성전자의 러시아 칼루가 가전 공장이 현지 기업에 임대되는 방식으로 '우회 가동'을 시작한다.

삼성전자가 직접 공장을 운영하는 대신 현지 기업에 생산시설을 빌려주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서방의 제재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유휴 자산의 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 시각) 러시아 현지 매체 멜던뉴스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러시아 가전·IT 기업 '그래비톤'과 칼루가 공장 재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 직접 경영 대신 ‘임대’ 선택…제재 리스크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챙기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삼성전자는 공장 소유권을 유지한 채 그래비톤에 시설을 임대하고, 그래비톤은 해당 공장에서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대가로 임대료를 지불한다. 삼성전자가 직접 러시아 내에서 사업을 재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는 '방화벽'을 세운 셈이다.

전쟁 초기부터 가동이 중단됐던 칼루가 공장의 노후화를 방지하고, 현지 고용 유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압박을 완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공장을 매각하는 대신 임대 형식을 취함으로써 향후 지정학적 상황이 호전됐을 때 언제든 직접 경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남겨두었다.

◇ 러시아 내수는 ‘여전히 중단’…카자흐 등 CIS 지역 수출에 집중


주목할 점은 이번 우회 가동이 러시아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칼루가 공장에서 생산되는 세탁기·TV 등 가전제품은 러시아 내에서 판매되지 않고 전량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앙아시아 시장에 한국이나 헝가리 공장 물량을 공급해 왔으나 물류비 상승과 공급 지연 문제를 겪어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칼루가 공장을 수출기지로 활용하면 물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내수용 제품 공급과 마케팅 중단이라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인근 국가의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 영리한 공급망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그래비톤과의 협력…‘중국산 공세’에 맞선 방책


러시아 현지 파트너인 그래비톤은 중국산 가전제품이 장악한 러시아·CIS 시장에서 '삼성 기술력'이 깃든 제품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비톤이 생산하더라도 삼성의 기존 설비와 공정을 활용하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보다 경쟁 우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비톤은 제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부품들을 중심으로 조달 체계를 구축해 공장 가동률을 조금씩 높여 나갈 계획이다.

◇ 한국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


삼성전자의 사례는 '자산 동결이나 강제 국유화' 위험이 있는 분쟁 지역에서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유연한 대응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직접 경영이 어려울 경우 임대나 위탁생산을 통해 자산가치를 보존하는 방식이다.

러시아의 대안으로 부상한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우즈베크 등)의 가전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물류 거점 확보가 향후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우회 가동이라 할지라도 서방 국가들의 시선이 따가울 수 있다. '러시아 내수 판매 금지'라는 약속이 철저히 이행되는지를 투명하게 관리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