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해군 5일간 억류 끝에 석방된 아기오스 파누리오스 1호, 우회 항로 선택으로 운송 비용 눈덩이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따른 아시아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 증폭 전망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따른 아시아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 증폭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중동발 지정학 위험 완화를 기대했던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 다시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산 원유를 싣고 베트남으로 향하던 대형 유조선이 오만만에서 미국 해군의 봉쇄 조치에 가로막혀 5일 동안 억류되었다가 풀려난 사실이 확인되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해운 데이터에 드러난 이번 사건은 미 해군 중앙사령부가 이란을 정조준해 단행 중인 해상 블록케이드(해상 봉쇄) 집행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선박 나포를 넘어 중동의 원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아시아 제조업 공급망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 해군 블록케이드망에 걸린 이라크 원유선, 오만만에서 5일간 억류
해상 운송 통계에 따르면 몰타 국적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아기오스 파누리오스 1호(Agios Fanourios I)’는 지난 10일 원유를 가득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외해로 빠져나왔다. 그러나 다음 날인 11일 오만만 해상에서 돌연 뱃머리를 돌려 역주행하는 등 이상 항적을 보였다.
미 해군 중앙사령부는 공식 발표를 통해 해당 선박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조치를 철저히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동 경로가 제한되고 차단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억류가 이란의 불법 원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촘촘한 감시망 가동 중에 일어난 불가피한 절차였다고 덧붙였다.
아기오스 파누리오스 1호는 5일 동안 해상에 묶여 있다가 지난 16일에서야 베트남을 향해 운항을 다시 시작했다. 이 선박은 당초 예정보다 크게 지연된 오는 30일 베트남 응이선(Nghi Son) 정유공장에 도착해 이라크산 원유를 하역할 예정이다.
아시아 정유업계 직격탄, 늘어나는 유조선 우회 비용과 공급망 불안
정유업계와 해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억류 사태를 두고 미·이란 전쟁 여파가 제3국 정유 시설의 원료 수급 차질로 번진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기오스 파누리오스 1호가 목적지로 삼은 응이선 정유공장은 베트남 전체 국내 연료 수요의 3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기간시설이다.
싱가포르 해운 물류업계 관계자는 해상 봉쇄망에 걸려 운항이 오랫동안 중단되면 선박 용선료와 유류비 등 일일 수만 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지정학 위험 탓에 해상 보험료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운항 차질은 정유업계의 원가 부담을 한층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시장 분석가들은 이라크산 원유처럼 이란과 직접 관계가 없는 합법적인 화물조차 미국의 고강도 해상 검문과 차단 작전 여파로 수송 지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발 수송 절벽 현실화, 글로벌 원유 시장 불확실성 상존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 일대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미 군사 당국의 강경한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미국은 이란의 전쟁 자금줄을 끊기 위해 주변 해역을 지나는 모든 대형 유조선의 항적과 화물 출처를 전수 조사 수준으로 까다롭게 검증하고 있다.
런던의 한 원자재 시장 전문가는 미국이 주도하는 해상 차단 작전이 정교해질수록 아시아 국가들이 겪는 에너지 안보 위협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동 동향에 정통한 정유업계 관계자도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유 도입량의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 해협 수송 노선에 의존하는 아시아 주요 정유사들이 수입선 다변화와 해상 물류 경로 전면 재조정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고 서술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