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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년 역사 ‘에테르나’ 폐업… 독일 패션계 ‘도미노 파산’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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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년 역사 ‘에테르나’ 폐업… 독일 패션계 ‘도미노 파산’ 현실화

독일 유명 셔츠 브랜드 에테르나 전 매장 6월 폐쇄 확정… 극심한 소비 침체에 구조조정 바람
독일의 에테르나(Eterna)가 모든 직영 매장을 6월 말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의 에테르나(Eterna)가 모든 직영 매장을 6월 말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독일 패션업계가 장기적인 소비 심리 위축과 운영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의 파고를 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독일 언론 ‘뮌헨 메르쿠르’ 보도에 따르면, 1863년 설립돼 16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전통 있는 셔츠 전문 제조사 에테르나(Eterna)가 모든 직영 매장을 6월 말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에테르나가 독일 파사우 지방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이후, 회생을 위한 새 투자자를 물색했으나 끝내 불발되면서 사업 철수라는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현재 독일 내 25개의 매장과 9개의 아웃렛을 운영 중인 에테르나는 폐점 전까지 재고 처리를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 존속 불투명… 경쟁사 ‘올림프’ 상표권 확보


이번 파산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독일 패션 산업 전반에 드리운 먹구름이 자리 잡고 있다. 에테르나는 파산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자체적인 경영 정상화를 시도했으나, 시장 환경 악화로 인해 단독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브랜드의 명맥은 유지될 전망이다. 경쟁사인 올림프(Olymp)가 에테르나의 상표권을 인수하며 권리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림프 측은 “에테르나 브랜드의 가치를 살려 기존 고객과 유통 파트너들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표권만 인수된 상태일 뿐,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할지 혹은 온라인 중심의 재편을 꾀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전략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패션업계 덮친 ‘파산 도미노’… “소비 심리 얼어붙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에테르나의 사례가 단순한 개별 기업의 몰락이 아닌, 독일 패션 시장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상징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독일 패션업계에서는 마크 아우렐(Marc Aurel)과 같은 중견 브랜드들이 잇따라 파산을 신청하는 등 한계 상황에 부딪힌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유럽 패션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의류 등 비필수 소비재에 대한 지출이 극도로 줄어든 상태”라며 “운영 비용은 급증하는데 매출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이중고’에 빠진 중견 기업들이 견딜 수 있는 체력을 이미 소진했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실제로 독일의 대형 의류 할인점인 키크(KiK) 역시 비용 절감을 위해 유럽 전역에서 약 300개의 매장을 폐쇄하기로 하는 등, 시장 전반이 대규모 구조조정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산 사례들이 독일 패션 제조 기반의 축소와 유통 채널의 근본적인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에테르나의 사례처럼 오랜 전통을 가진 기업들마저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사라지는 가운데, 향후 독일 패션 시장은 온라인 유통 채널 강화와 고효율 경영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추가적인 도산 우려가 나오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