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중 무역 속 中 물류망의 진화… ‘독자적 유통 생태계’ 구축으로 美 시장 확장

글로벌이코노믹

미·중 무역 속 中 물류망의 진화… ‘독자적 유통 생태계’ 구축으로 美 시장 확장

中 물류 업계, 美 내 종단 간 유통망 확대하며 관세 및 비용 방어
트럼프의 ‘소액 면세종료’에 창고 대량 배송 및 ‘첫 판매 가치’ 활용으로 우회
中 ‘라스트 마일’ 배석 업체, 저가 긱 모델 앞세워 시장 잠식… 서방 물류 기업 위협
페덱스 직원들이 뉴욕시 맨해튼에서 소포를 분류하고 있다. 서방 물류 기업들은 중국 또는 중국 지원 기업들로부터 점점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페덱스 직원들이 뉴욕시 맨해튼에서 소포를 분류하고 있다. 서방 물류 기업들은 중국 또는 중국 지원 기업들로부터 점점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 간의 보호무역주의 관세 장벽이 한층 공고해지는 가운데, 테무(Temu)와 쉬인(Shein) 등 중국계 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뒷받침하는 중국 물류 진영이 미국 영토 내에서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의 징벌적 관세 펜스를 무력화하고 현지 물류 마진을 방어하기 위해 창고 임대부터 최종 배송까지 전 과정을 수직 계열화하는 우회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25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물류 전문가들은 미국 전역에 방대한 종단 간(End-to-End) 유통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자국 상인들의 비용 절감과 관세 노출 최소화를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이제 미국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은 중국 화물 회사를 통해 수송되어, 중국 기업이 확보한 미국 내 창고에 보관된 뒤, 중국계 배송 업체를 통해 안방까지 배달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소액 면세 폐지에 창고 대량 수송 믹스로 전환… 대형 창고 임대 폭증


중국 물류망의 이 같은 현지화 움직임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00달러 이하 지정 상품에 적용되던 소액 물품 면세(de minimis) 제도를 전격 종료하면서 한층 가속화됐다.

기존의 개별 항공 소포 발송 방식이 관세 장벽에 가로막히자, 테무 등은 베스트셀러 제품을 미국 내 창고로 대량 수송해 현지에서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물류 알고리즘을 신속히 재정렬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창고 유통 시장에서 중국 자본의 영향력도 급증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Wakefield)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창고 임대 활동의 20%가 아시아 기업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중국계 자본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6월 초 중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COSCO Shipping)와 웨스턴 포스트(Western Post)는 조지아주 서배너에 하루 10,000건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32,602㎡ 규모의 대형 물류 창고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60센트 vs 2달러”... 저가 긱 모델 앞세운 라스트 마일 시장 잠식

미국 물류 업계는 중국계 기업들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독점적 이행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3월 공시된 중국계 창고의 패키지당 출고 요금은 최대 60센트 수준인 반면, 미국 현지 제3자 물류(3PL) 기업들의 수수료는 보통 2달러 선을 상회해 가혹한 원가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유니유니(UniUni), 고포(GoFo), 스위프트X(SwiftX) 등 중국계 라스트 마일(최종 목적지 배송) 배송사들이 플랫폼과의 긴밀한 연계를 바탕으로 미주 시장 점유율을 가쁘게 점령 중이다. 알리바바의 물류 계열사인 차이니아오(Cainiao) 역시 알리익스프레스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내 운송 서비스를 확장했다.

배송 분석 업체 쉽매트릭스(ShipMatrix)는 이들 신생 중국계 운송업체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향후 1년 내 최대 40%까지 폭증해 UPS, 페덱스(FedEx) 등 레거시 서방 물류 거두들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가격이 비싼 노동조합 소속 인력 대신 독립 운전자를 활용하는 ‘긱(Gig) 모델’을 적극 수용하고, 영어 소통이 서툰 중국 상인들에게 자국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확고한 경쟁 우위를 다졌다.

‘첫 판매 가치’ 합법적 우회와 통상 갈등… 백악관, 규제 펜스로 맞불


높아진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세금 최소화 믹스도 고도화되고 있다. 수입업자들은 미국 입국 시 높은 소매 가격이 아닌 제품의 순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관세를 신고하는 ‘첫 판매 가치(First Sale Value)’ 방식을 대거 도입하고 있다.

윌리엄 마샬 알바레즈앤드마살 무역 책임자는 관세가 인상됨에 따라 모든 산업군에서 이 합법적 우회 방식을 쓰는 수입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허위 보고와 가치 과소평가 등 불법적인 관세 회피 시도 역시 만연해 있다고 지적하며,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 공식 가치가 미국 측 기록보다 1,120억 달러나 많게 집계된 무역 데이터의 불일치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물류망이 페이퍼 컴퍼니를 수입 기록자로 내세워 세금 책임을 회피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워싱턴 행정부도 전격적인 제동 조치를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3일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신규 기록 수입업자의 자격 요건과 소유권 정보 공시를 대폭 강화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수입업자의 2,500달러 미만 소액 상품 수입이 전면 금지되는 등 추가 장벽이 세워질 전망이다.

후젠롱 브랜드 팩토리 CEO는 “체인의 효율성과 처리 속도가 핵심 요소로 부상함에 따라 중국 판매자들은 미국 내 재고 공급을 한층 더 확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가혹한 보호무역주의 규제 장막과 중국 진영의 민첩한 공급망 우회 전술이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물류 인프라를 둘러싼 미·중 통상 전쟁의 향방에 글로벌 자본가들의 매서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