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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60조 휴머노이드 로봇, BMW 물류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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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60조 휴머노이드 로봇, BMW 물류 접수

차체 넘어 물류까지… 피지컬AI 상업화 첫 실전 테스트
BMW, 라이프치히는 헥사곤 선택… 피겨AI 단독 파트너 지위 흔들
BMW그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공장에서 피겨AI의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03'을 물류 분류 작업에 투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BMW그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공장에서 피겨AI의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03'을 물류 분류 작업에 투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완성차 조립 라인의 부품 창고에 사람 대신 로봇의 손이 들어가는 실험이 대서양 양쪽에서 동시에 본격화하고 있다.

BMW그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공장에서 피겨AI(Figure AI)의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03(Figure 03)'을 물류 분류 작업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2세대 로봇 피겨02가 차체 공장에서 11개월 시범 가동을 마치고 물러난 자리에서, 피겨03은 부품을 순서대로 정리해 조립 라인으로 보내는 한층 복잡한 작업을 새로 맡는다.

여기에 더해 BMW는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설명자료에서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 배치한 별도 로봇 '에온(AEON)'의 시범 운영을 이번 여름 정식 파일럿 단계로 확대한다고 알려, 물류 자동화를 넘어 유럽 생산 거점까지 로봇 도입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무작위 부품, 순서대로 정리해 조립라인 공급


BMW 자체 집계에 따르면 피겨02는 지난해 차체 공장에서 판금 부품을 용접 공정에 끼워 넣는 작업을 맡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0시간씩 가동하며 열 달 동안 BMW X3 3만대 넘는 생산을 지원했다.

이 기간 옮긴 부품은 9만개를 넘었고, 로봇이 걸은 걸음 수는 약 120만보, 누적 가동시간은 1250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새로 투입되는 피겨03의 임무는 성격이 다르다. 대형 컨테이너에 뒤섞여 도착하는 부품을 골라내 '시퀀싱 트롤리(순서 정리 카트)'에 순서대로 담는 작업이다. 담긴 트롤리는 무인 견인열차나 스마트운송로봇(Smart Transport Robot)에 실려 조립 지점까지 이동하고, 작업자에게 필요한 순서 그대로 전달된다.

BMW 생산관리물류 담당 부사장 울리히 비란트는 스파턴버그 공장을 두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BMW 제조 현장 일상 업무에 자리 잡은 첫 사례라고 소개했다.

새 모델 피겨03은 하드웨어도 한층 개선했다. 안전성을 높인 연질 부품과 무선 충전 기능을 갖췄고, 작업자와 음성으로 소통하는 기능, 촉각 센서와 손바닥 카메라를 더한 손 부위가 새로 적용됐다. 작업 공간은 BMW의 확장된 조립 52동으로, 앞으로 BMW X3 여러 파생 모델과 전동화 모델 BMW iX5가 함께 조립될 예정이다.

유럽에서도 이번 여름 로봇 본격 가동


BMW는 스파턴버그와 별개로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시험을 진행해왔다.

스위스 헥사곤로보틱스(Hexagon Robotics)가 만든 바퀴형 로봇 에온은 지난해 12월 첫 시범 배치를 거쳐 지난 4월부터 추가 검증 단계를 밟았고, BMW는 이번 여름부터 고전압 배터리 조립과 부품 제조 공정에 에온을 정식 투입하는 파일럿 단계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BMW 주문·인도 프로세스관리 및 디지털화 담당 책임자 미하엘 슈트뢰벨은 독일 공장에서 처음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하게 됐다며, 실험실 검증과 라이프치히 현지 테스트를 거쳐 이번 파일럿 단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BMW가 라이프치히 1호 유럽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피겨03이 아닌 에온을 선택한 결정의 후속 조치로, 업계에서는 BMW가 피겨AI를 미국 공장 물류용으로, 헥사곤로보틱스를 유럽 공장 배터리 조립용으로 나눠 쓰는 '복수 공급' 체제를 굳혀가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BMW는 라이프치히 자료에서도 피겨03을 활용할 추가 공정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피겨AI와 관계 자체를 끊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몸값 390억달러 피겨AI, 단독 파트너 지위 흔들려


피겨AI는 지난해 9월(현지시각) 시리즈C 투자 유치에서 10억달러(약 1조 5480억원) 넘는 자금을 조달하며 기업가치 390억달러(약 60조 3720억원)를 인정받았다.

엔비디아, 인텔, 퀄컴, 세일즈포스 등이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회사는 이 자금으로 자체 대량생산시설 '보트큐(BotQ)'를 확장해 앞으로 4년 안에 로봇 10만대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 설명으로는 보트큐의 생산 속도가 올해 들어 하루 1대에서 시간당 1대로 늘었고, 누적 생산 대수도 350대를 넘어섰다.

피겨AI 창업자 브렛 애드콕은 스파턴버그 재배치를 발표하며 11개월에 걸친 피겨02 가동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는 실험실용 기술이 아니라 유연하고 안정적인 제조 인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경쟁은 이미 다변화 국면에 들어섰다. 테슬라는 옵티머스 전용 공장을 텍사스에 짓고 있고, 중국 유니트리는 올해 1만대에서 2만대 규모 양산을 목표로 저가 전략을 펴고 있다.

인도 매체 비즈니스투데이는 지난 1일 피겨03이 헬릭스02 AI를 기반으로 부품 위치가 어긋나도 실시간으로 판단해 대응한다고 보도하며, 스파턴버그 사례를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미래 공장의 초기 모습으로 소개했다.

시장에서는 액추에이터와 배터리, 정밀부품 등 휴머노이드 공급망이 커지면 관련 부품을 만드는 국내외 업체로 투자 관심이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파턴버그·라이프치히, 완성차 물류 자동화 시험대로


BMW는 물류 분류와 배터리 조립 모두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자주 되풀이되는 업무인 만큼 다른 공정으로도 넓힐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배치들이 실험실 시연을 넘어 실제 생산 현장에서 반복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다리로 걷는 모습이 아니라, 바뀌는 작업을 얼마나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처리하느냐가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값어치를 가르는 잣대라는 평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